“尹·韓 집안싸움 하는 정부·여당에만 믿고 맡길 수가 없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1일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와 만나 “국민들은 점차 무책임, 무능력을 보이는 정권에 대해 실망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진영으로 나눠진 채 정쟁에 매몰돼 있는 우리 정치권 전체에 대해서도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초일회’ 특강에서 “주로는 국가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이지만, 다수 의석을 가지고서도 국가적 위기 과제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고민하거나 내놓지 않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도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년여간 정치권에서 한 발 떨어져서 민심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며 “Peak Korea, 국민들은 ‘지금까지 피땀흘려 이룩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성취가 지금 최절정에 와있고, 앞으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이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우려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AI(인공지능)문명의 도래, 정치적 양극화와 국론분열, 사회·경제적양극화와 계급갈등, 외교안보 위기, 저출산고령화의 위기, 세대갈등에 이르기까지 첩첩산중”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국민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그러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와 자세야 말로 범민주·진보 진영이 가진 소중한 자산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상섭 기자 |
김 전 총리는 이날 ‘트럼피즘의 귀환, 한국의 전략적 방향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여·야·정과 민간(기업)이 함께하는 대책기구 수립을 제안했다.
김 전 총리는 “지구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민은 불안해 하는데, 윤석열 정부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국가 위기는 단결과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배경,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을 제시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 입장에서는 기대 섞인 전망과 다른 반전이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이미 그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패배 원인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 마약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점 등을 꼽았다. 아울러 민주당의 변화된 정체성이 기존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약화시킨 것도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총리는 “트럼프의 당선은 해리스와 민주당의 실패가 작용한 결과”라며 “미국 사회의 구조적 불만이 어떻게 투표로 연결됐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동맹 중심의 국제질서를 자국 우선주의와 거래 중심의 접근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가 직면할 주요 과제로 ▷관세 인상 등 통상정책 변화 ▷동맹관계에서 거래관계로 변모한 한미관계 ▷미중갈등 불확실성 확대 및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 가능성 등을 꼽았다.
김 전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대응책으로 여·야·정과 민간(기업)이 협력하는 통합 대책기구 설립을 제시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외교 실패와 미흡한 대응으로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외교 실패 지적을 받아왔고, 대통령과 여당대표가 집안싸움에 정신없는 정부여당에만 믿고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가 IMF 외환위기 당시 여야 협력과 국민 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의 위기 역시 초당적 협력과 단결로만 극복할 수 있다”며 “정쟁을 넘어 민생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 정치권, 민간이 힘을 합쳐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 측은 미국 대선 기간 현지를 방문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강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저출산 고령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강연 전 초일회에 “개개인에게 닥친 정치적 역경을 이렇게 함께 논의하면서 나라와 당에 대한 여러 걱정들을 같이 풀어보려고 노력하시는 여러분이 믿음직하다”는 덕담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