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원통·각형 3대 폼팩터 탑재
3대 역량 갖춘 최초 배터리 제조사
다양한 활용 가능…“고객사 다변화”
GM은 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랜싱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3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하기로 논-바인딩(Non-Binding, 비구속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건설한 얼티엄셀즈 3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홈페이지 갈무리] |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은 날마다 다변화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신사업 진출로 LG엔솔은 파우치형·원통형·각형 등 3대 배터리 폼팩터(형태)를 모두 갖춘 세계 최초의 배터리 제조사로 등극하게 됐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해 있는 세 가지의 배터리 폼팩터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각형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모듈과 팩을 구조적으로 단순화하기 쉽지만,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원통형은 제조단가가 낮아 대량생산에 용이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파우치는 높은 에너지밀도와 고객요구에 최적화된 셀을 설계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 원가가 단점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번 사업진출로 LG엔솔의 경우 이들 3대 폼팩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LG엔솔은 각형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앞서 과거 각형 생산 경험과 개발 및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엔솔은 기존 각형 제품과의 구조적인 차별성 및 신소재 적용으로 각형의 단점을 극복해내는 데도 성공했단 평가다. 대표적인 것이 소재를 층층이 쌓는 스태킹 공법이다. 소재를 둘둘 말아서 젤리롤 형태로 만드는 와인딩 기법보다 직사각형 캔 모양의 각형 배터리의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압도적인 스태킹 공법 기술력도 각형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내년도 출범하는 상황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전기차 시장의 변동에도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배터리업계는 미국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을 받아 수익을 개선해 왔지만, 새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정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제품 다변화를 통해 기존 전기차 업계와의 접점을 더욱 늘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LG엔솔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주력 판매시장에 따라 고객의 요구사항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면서 “폼팩터별 장단점을 고려해 차량 가격대에 따라 선호되는 배터리가 세분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기대했다.
또 “특정 폼팩터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고 각자마다 특성을 갖고 있다”면서 “세그먼트별 선호 배터리가 다변화, 세분화하면서 LG엔솔은 고객에게 적기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폼팩터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개한 신사업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LG엔솔은 10월 비전 공유회를 통해 제품 및 고객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주요 중장기 전략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하이니켈 중심의 프리미엄 배터리를 넘어 LFP(리튬인산철)와 LMFP(리튬망간인산철) 배터리,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등 중저가형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LG엔솔은 원통형 46시리즈, 고객의 요구에 맞춘 새로운 폼팩터 개발도 추가로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봤을 때 원통형 배터리는 낮은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46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이미 수주계약까지 따낸 상황이다. 또 46시리즈는 기존 21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6배 이상 높고, 밀도 및 출력, 공간 효율성 등이 높은 제품으로 개발해냈다.
LG엔솔은 신규사업 진출에 발맞춰 전략적 파트너인 GM과의 사업 조정에도 나섰다. GM은 2일(현지시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미시간 랜싱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3공장 지분을 LG엔솔에 매각하기로 하는 논-바인딩(Non-Binding, 비구속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현재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엔솔 입장에서는 새로운 신규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차원의 결정이다. 인수가 이뤄진다면 LG엔솔은 제3공장을 주요 고객사에 적기에 셀을 공급할 수 있는 북미 주요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실제 LG엔솔은 얼티엄 3공장 인수 추진을 통해 전기차 캐즘 속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LG엔솔의 단독 수주 물량 중 일부를 얼티엄 3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엔솔이 현재 북미에서 운영하고 있는 단독공장과 합작공장 등은 총 8개에 달한다. 혼다·스텔란티스 합작공장 등 실제 가동되고 있는 공장도 총 5곳에 달한다. 이번 논-바인딩 계약을 체결한 GM과도 미국 오하이오 얼티엄 1공장과 테네시 얼티엄 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북미 수주 물량을 상당히 확보한 LG엔솔의 입장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과 시간 투자로 단독공장을 확보해 다양한 제품 생산과 고객 대응이 가능해지고, GM입장에도 캐즘 속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양사 모두에게 이득인 거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