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 토대로…“실무능력 입증이 중요”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롯데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경영 전면에 나선 ‘유통 3세’들이 지분 확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승계 작업에 탄력을 붙이고, 사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유열 부사장은 지난 3일 장내 매수 방식으로 4620주를 매수했다. 취득 단가는 1주당 2만1238원, 총 매입가는 9811만9560원이다. 그는 이번 매수를 통해 롯데 지주 지분을 총 0.02%(1만6416주)를 보유하게 됐다. 앞서 신 부사장은 지난 6월 롯데지주 주식 7541주를 처음으로 매입한 이후 9월 4255주를 추가 매입했다.
신 부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롯데지주에서는 미래성장실장,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는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뒤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했다. 2023년 상무로, 지난해 전무로 올라간 데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승진해 부사장이 됐다.
최근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후 지분을 늘리는 것을 두고, 업계는 본격적인 경영 승계 준비에 돌입했다고 분석한다. 실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CJ주식회사 지분 3.2%, CJ ENM 지분 0.68%와 함께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5.84%를 보유 중이다. 그는 CJ그룹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글로벌 식품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은 꾸준히 자사주 보유 규모를 키워오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자사주 공개 매수를 통해 2816만 4783주(지분율 14.53%)를 매집했다. 보유 지분은 기존 2.32%에서 16.85%로 올랐다. 한화갤러리아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책임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농심홀딩스 지분 1.41%),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24.2%), 담서원 오리온 상무(오리온홀딩스 지분 1.22%) 등 경영에 참여 중인 오너 3세들도 대부분 자사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4세 경영인도 주주로 등장했다. 삼양그룹의 경우 김윤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삼양홀딩스 지분 2.92%를 보유 중이다. 1982년생인 김 사장은 ‘오너 4세’로, 2014년 삼양사에 입사해 10년 만에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일각에서는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실질적인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너 3세들이 경영 방향을 설정할 때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야 힘이 실릴 수 있다”면서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검증된 인물 위주로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