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여파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19%↓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하는 주주 많을 시 금전적 부담 늘어나
올해 8월에도 주주들 반대 등으로 사업 재편 무산된 바 있어
사업 재편 재추진 여부에 “확정된 바 없어”
분당 두산타워 [두산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두산의 사업 재편이 ‘계엄발 주가하락’ 여파로 또 다시 좌초됐다. 대표적인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하락, 합병을 추진할 시 두산이 감당해야될 재정적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사업 재편을 통해 원자력 발전(원전)과 같은 핵심 산업과 협동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의 동반 성장을 꿈꿨던 두산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분할합병과 관련해 진행할 예정이었던 임시 주주총회를 철회했다고 10일 공시했다. 두산로보틱스도 같은날 진행하려고 했던 임시 주총 소집을 철회한다고 이날 밝혔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모회사가 될 신설법인으로 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두산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시했다. 두산이 책정한 주식매수 예정가액은 2만890원이다.
두산이 임시 주총을 철회한 배경에는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급락이 자리잡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표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최근 10일 이내 급격히 하락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일 대비 1.32% 감소한 1만715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3일 종가 기준(2만1150원)과 비교했을 때 18.9% 하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두산이 12일 임시 주총을 강행할 시 주주들은 합병 반대 의사를 표시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가보다 높은 주식매수청권을 행사할 시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요청하는 주주들이 늘어나면 두산이 감당해야 할 금전적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두산에너빌리티도 정정 공시를 통해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에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할 수 있다”며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고 덧붙였다.
결정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을 6% 넘게 보유한 국민연금도 두산의 분할 합병 작업에 대해 사실상 기권 의사를 표시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임시 주총을 철회했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P시리즈. [두산로보틱스 제공] |
두산은 올해 7월부터 사업 재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전시킴과 동시에 클린에너지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이 처음 발표한 사업 재편안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완전 자회사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금융당국 제동에 한 달 만에 사업 재편을 철회했다.
두산은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 지난달 수정된 사업 재편안을 발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이전 재편안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을 재산정했다. 변경된 안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분할합병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게 된다. 기존보다 17.5%, 37.5% 올랐다.
사업 재편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이 보유하고 있던 차입금이 줄어들면서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한 만큼 미래 먹거리인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를 계획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렸다.
하지만 계엄사태 여파로 두산의 사업구조 개편은 사실상 무산됐다. 올해 10월 발표한 개편안을 내년에 다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경기, 환율 등 변수로 인해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지 불확실하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사업구조 개편 관련해 추후에 진행될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이날 주주서한을 통해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당사 역시 당장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해 대안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