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타 폐지 무산될라” 8부 능선 넘었지만…탄핵 정국에 우려 여전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고재우·구본혁 기자] 과학계 숙원사업이었던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나, 탄핵 정국에 든 국회를 바라보는 과학계 시선은 여전히 우려로만 가득하다.

특히 과학계는 예타 조사 면제 관련 개정안 통과가 지지부진할 경우, 대규모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들이 발목 잡히거나 평가 과정에서 예산 삭감 등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 청사. [헤럴드DB]


10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예타 조사 면제 관련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으로 국회에 해당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통과는 과학계 염원이었다. 기존에는 R&D 예타가 평균 ‘2년 이상’ 소요되면서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국가 차원의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미래 편익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타당성을 평가하는 예타 조사와 달리 R&D는 ‘불확실성’이 크다. 이 때문에 예타 제도로 R&D를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기정통부는 예타 소요 기간이 1년 등으로 인한 신속한 투자, 사업 유형 및 난이도에 따른 차별화된 심사인 ‘맞춤형 심사제도’ 도입 등에 기대를 걸었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예타 조사에 발목 잡힌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약 1조원 규모의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 차세대 통신 필수기술인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 바이오 파운드리 사업 등이 모두 예타 조사에 발목 잡혀 있거나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올해 간신히 예타 조사를 통과한 바이오파운드리 사업은 8년 간 당초 7434억원 규모였던 예산이 5년간 1263억원으로 크게 줄어들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타 조사를 피하기 위해 500억원 미만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등 행태까지 빈발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조립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평시라면 국무회의 의결로 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통과가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안건의 국회 송달조차 불투명하다. 과기정통부가 해당 개정안을 국회로 보내기 위해서는 대통령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탄핵 정국에 휩싸인 국회에서 예타 조사 면제 관련 개정안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을 역임한 김승대 법무법인 현 고문변호사는 “국무회의 의결 법안은 정부 대표자 재가를 받아서 국회에 보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애매하다”며 “아직은 대통령이 대표고, 행정부 수반으로서 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는 “현 시국에 비춰봤을 때 해당 안건에 대한 국회 심사와 승인은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국회에서 빠른 심사를 거쳐 의결돼야 맞춤형 심사제도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 과학기술계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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