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문제없음”
헌법재판소 “권한 대행, 재판관 임명 가능”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채용비리 감사’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재판관 9명 중 3명의 자리가 공석으로 비어있다.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헌법재판관.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여야가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완성해 탄핵심판 속도와 인용 가능성을 높이려 하자, 국민의힘 측에서 제동을 걸었다.
당초 헌법재판소는 9인 체제이지만 현재 6인의 재판관만 있는 상태다. 3명은 국회 추천 몫인데, 최종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임명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조계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없음”= 여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임명한 선례가 있다. 2017년 3월 황교안 권한대행은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황교안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헌재에서 최종 인용된 뒤 재판관을 임명했다”며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빈 자리)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시 임명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권한대행의 권한은 소극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그러나 법조계에선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만 하면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소극적으로 보는 현상유지설, 적극적으로 보는 전권행사설 등이 있다. 하지만 어떤 학설로 보든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번 3인의 재판관이 대통령 지명 몫이 아닌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실질적 임명권이 국회에 있다”며 “대통령은 형식적인 임명권만 갖는다”고 밝혔다. 권한대행이 임명장을 주는 것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현상 유지적 권한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한 교수는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 등 모든 헌법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헌법재판소를 9인 체제로 구성하게 만드는 게 권한대행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에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전 총리는 9년 뒤 ‘국정은 소통이더라’는 책을 내고 이때의 경험을 회상했다. 책에서 그는 “상식과 원칙, 두 가지 기준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적었다. 당시 그는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적극 행사했다.
▶헌재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헌법재판소 역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형두 재판관은 지난 1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재판관 3인’ 공석 우려에 대해 “12월 안으로 9인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오기 전,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것이란 해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재판장에 주심을 맡은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 |
이진 헌법재판관 공보관도 같은 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진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임명 관련해선 예전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