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인하 내년 더 신중”…트럼프 2기와 충돌 우려

저금리 선호 트럼프와 연준 긴장 불가피

파월 “연준 비트코인 보유 못해” 대립각

연준위원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커져”

정치 리스크 미국경제 강달러 압력 심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종전 대비 0.25%포인트 인하한 결정에 대해선 “박빙의 결정(closer call)이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EPA]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금리인하 속도조절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충돌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저금리를 선호하는 백악관과 연준 사이에 정치적, 정책적 긴장이 조성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과 파월 의장 사이 긴장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것에 대해 “(Fed 위원 간) ‘박빙의 결정(closer call)’이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면서도 “앞으로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날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고용시장은 탄탄하지만,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연준 일부 내부에서는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고율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것이 확실시 돼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들이 내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불법이민자 추방 등의 잠재적 영향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몇 위원들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했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은 커졌다”며 “지금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이럴 때일수록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FOMC 참가자 19명 중 대다수인 10명은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3.75~4.0%로 제시했다. 4.0~4.25%를 예상한 참가자는 3명이었고, 내년 단 한차례도 금리인하가 불가능하다고 제시한 위원도 1명(4.25~4.5%) 있었다. 3.5~3.75%로 전망한 참가자는 3명, 3.25~3.5%는 1명, 3.0~3.25%도 1명이었다.

이에 따라 연준은 내년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3.9%로 제시해 3개월 전 예측(3.4%)보다 0.5%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내후년 기준금리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2026년 최종금리는 2.9%에서 3.4%로, 중립금리로 간주되는 중장기 금리도 2.9%에서 3.0%로 높였다.

파월 의장은 점도표가 상향된 것과 관련해 “내년 금리인하 계획은 확정치가 아니라 유입되는 경제 데이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실제 삭감 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저감 상황과 노동 시장의 상태에 따라 달렸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또한 현재 정책금리와 관련해 “아직 정책이 긴축적이나, 중립금리는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력이 적어졌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장기적인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올해 미국의 연간 성장률(GDP) 전망을 9월보다 0.5%포인트 높은 2.5%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위원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GDP가 장기 예측치인 1.8%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며 침체 가능성은 피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평소보다 더 높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며 “우리가 경기침체를 피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비트코인에서도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각을 보였다.

연준의 비트코인 보유 가능성에 대해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이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을 추가할 계획은 (아직까지는) 없다”며 “연방준비제도법에 따라 그것은 금지돼 있으며 비트코인 보유가 가능하려면 법률 변경이 필요하고 그건 의회가 고려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암호화폐의 국가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아직까지 중앙은행은 이를 받아들일 시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파월의 이같은 ‘비축불가’ 발언으로 이날 비트코인은 큰폭으로 하락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4시 41분(서부 시간 오후 1시 41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4.73% 하락한 10만1159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10만8천300달러대와 비교하면 약 7% 떨어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파월의 이날 매파적 금리인하 관련 “연준은 트럼프 2.0과 경제를 헤쳐나가는데 훨씬 더 힘든 일을 하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연준의 내년 금리인하 지연 전망에 달러가치는 급등했다. 달러 강세에 19일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정치적 리스크에 불안한 심리에 달러 강세 압력이 더해지면서 환율 단기 급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서울 상의회관에서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연 간담회에서 기업소장들은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만큼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며 “비우호적 대외 환경으로 수출 경쟁력마저 악화된다면 향후 수년간 한국 경제 반등 모멘텀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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