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시대인재’ 건물 또 공매행

강남 핵심 학군지 학원밀집 건물
15차례 유찰되며 800억넘게 하락
최저입찰가 1272억…매수부담 커
임대차보증금 모두 인수등 걸림돌


서울 대치동 ‘시대인재 스톤관’ 입점 건물 모습 [(주)나라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서 캡처]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학원 ‘시대인재’ 입점 건물이 공매 매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의 핵심 학군지에 위치해 있지만, 앞서 15차례나 유찰되고 입찰가도 800억원 넘게 떨어졌다.

불황도 비껴간다는 사교육의 중심지 대치동도 경매 물건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시장 한파를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신탁주식회사는 에스티산업개발의 수탁을 받아 이날 국유재산 공매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0-8에 위치한 지상건물 지하 2층~8층 중 17개호에 대해 일괄매각 공매를 진행했다.

책정된 감정평가액은 1715억6000만원이다.

해당 물건은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 남서측 인근에 위치해 주요 학원들이 임점해 있는 건물이다. 대치동의 표상으로 일컬어지는 ‘시대인재’의 별관(스톤관)이 지하 2층과 1층, 5~7층, 그리고 8층에 자리잡고 있으며 강남대성의 문·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 ‘강남대성SII’도 이 건물에 들어가 있다.

임대차 현황에 따르면 입점해있는 각종 학원이 내는 월세만 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회사 하이컨시(시대인재 사명)가 지하 2층과 1층, 그리고 6~8층을 사용하며 총 16억7200만원의 월세를 지불하고, 강남대성 주식회사도 1~5층을 쓰며 16억9054만원을 내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건물의 감정평가액이 워낙 높게 책정됐고, 매각조건상 입점사의 보증금까지 모두 인수해야하기 때문에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건물 공매 입차 공고에는 “매수인은 공매목적 부동산의 현상 그대로를 인수하며 기존 이해관계자(임차인, 유치권자, 분양계약자 등 포함)들의 정리는 매수인 책임(임대차보증금 반환 포함)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압류재산 공매의 경우 낙찰자가 보증금까지는 인수하지 않지만, 해당 건물은 신탁 공매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건물을 낙찰받는 순간 보증금 반환에 대한 의무도 함께 부여받게 된다. 현재 시대인재와 강남대성 등 입점사가 낸 보증금 규모는 132억원 수준에 이른다.

같은 이유로 해당 건물은 올해에만 7차례 매각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앞선 유찰까지 합치면 15번이나 매각에 실패했다. 입찰가격도 지난 11월 2090억원 대였지만 매 입찰 때마다 약 10%씩 떨어져, 이번 재매각 땐 최저 입찰가가 1272억원으로 책정됐다.

전문가들은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가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천하의 대치동’이라도 1000억원대 건물을 덜컥 매수할 수요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인근 낙찰 물건을 살펴보면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72-10에 위치한 건물이 120억원에 낙찰된 게 그나마 고가 낙찰 사례에 해당한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대형 밀딩 매수자들은 대부분 매도 자본차익을 보는 게 주 목적”이라며 “해당 건물이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해있긴 하지만 주요 도로의 17~18층짜리 건물에 버금가는 고가이기 때문에 선뜻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매가 수차례 유찰되며 소유주의 피해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강 연구소장은 “신탁 공매는 이 시장에서 물건이 정상적으로 거래되지 않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낙찰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의 손실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승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