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내가 그 시절 살았던 사람이라면…” 박정민 속내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안중근 장군을 앞세우지만, 사실 그 시절의 독립군들, 옳은 일을 하고자 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 점에 굉장히 끌렸어요. 그래서 그때 그분들의 마음이 어땠을까에 대해 계속 고민해보는 준비 과정을 가졌습니다.”

‘영화’ 하얼빈에서 독립운동가 우덕순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은 26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한 개인이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힘들고 떨리고 무섭진 않았을까, 이런 지점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배역에 임한 마음가짐을 돌아봤다.

‘하얼빈’은 1909년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초대 조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저격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그곳으로 향하는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우덕순은 이토를 처단하기 위해 안중근과 함께 거사를 약속했던 실존 인물이다. 극 중에서 독립군들이 하얼빈으로 가는 과정은 일관된 의지가 아닌, 추적, 의심, 회의 등으로 점철돼 있다.

박정민은 “내가 만약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다”며 “그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순간과 의지만으로도 그분들이 충분히 영웅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완성된 ‘하얼빈’을 보고서 “우리가 영화를 만들 때 선택하고 상의하고 토론하고 했던 과정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배우 박정민이 2024년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경우는 거의 못 보셨을 거 같은데요, ‘나 꽤 잘했는데’란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나름 뜻깊은 영화로 남겠구나, 앞으로 영화배우를 계속한다면 내가 자랑할 수 있는 하나의 영화를 본 것 같아요.”

박정민의 이런 반응은 함께 촬영한 동료 배우들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독립군 역할로 함께 출연한 배우 조우진, 현빈, 이동욱 등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도 드러냈다.

그는 “(연기라는) 이 일에 나의 개인적인 삶을 어디까지 쏟아부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는데, 나보다 경험도 많은 한 배우(조우진)가 하나의 역할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그런 고민을 했지’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조우진이) 자신을 내몰아가면서 보여줬던 태도들에 ‘죽을 때까지 이 배우를 지지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 중 술집에서 김상현(조우진 분)과 우덕순이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조우진의 연기에 넋을 놓기도 했던 경험이나 먼저 촬영을 마친 이동욱이 라트비아를 떠날 때의 아쉬움 등도 떠올렸다.

“(이동욱을) 모두가 나와서 배웅하는데 떠나는 봉고차의 뒤 트렁크가 너무 애잔한 거예요. 가지 않으면 좋겠고 끝까지 함께 해줬으면 좋겠고. 그 정도로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현장이었습니다.”

박정민은 올해 ‘하얼빈’을 비롯해 영화 ‘전란’과 ‘1승’, 드라마 ‘더 에이트 쇼’ 등 다양한 작품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최근엔 드라마 ‘조명가게’와 유튜브 예능에 출연하는가 하면, 출판사도 운영하는 등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는 올해를 “데뷔하고 나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한 해”로 기억했다. 내년에도 영화 ‘얼굴’, 드라마 ‘뉴토피아’ 등의 작품이 대기 중이다.

다작에 대해 “열심히 하니까 이뻐해 주시는 게 아닐까, 혹은 어디 갖다 놓아도 수더분하게 어울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며 “(저를) 선택해주신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열심히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활동 중단을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박정민은 “내년에 공개할 작품이 있어서 관객들이 거짓말쟁이로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내년 활동 계획은 정말 없다”며 예정된 촬영 외에 당분간 추가 작품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제가 어떤 표정을 짓는데, 내가 이 표정을 어디서 봤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물론 제가 짓는 표정은 한정돼 있지만, 거울 앞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문에 ‘한 번 쉬어보자,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쉬고 열심히 일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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