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벌이는 트럼프의 노림수 [웨이상진 - HI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 2.0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 (원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거의 무관세를 적용키로 되어 있었다), 중국 상품에는 추가 10% (현재 약 21%인 관세에 추가 부과)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관세를 필두로 향후 더 많은 관세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대선 몇 달 전부터 중국 상품에 최대 60%, 다른 국가에는 10~20%(현재는 약 3%)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얼마나 관세에 심취해 있는지 아직도 미심쩍다면, 그가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 적이 있음을 기억하자.

트럼프 2기 무역 전쟁의 목표는 무엇인가?

트럼프가 도입하는 새 관세 정책의 목표는 수입, 호혜, 복수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그는 추가 관세 수입을 사용해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손실을 충당하고자 한다.

둘째, 그는 ‘호혜’가 균형 잡힌 무역(수입=수출)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그는 미국 관세를 이용해 미국으로 흘러드는 불법 이민자와 불법 마약을 줄이는 등 비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수입 목표는 실현 가능할까?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와 그 외 국가에 대한 관세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중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현재 미국이 징수하는 금액에 비해 관세 수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 외 국가에 관세를 매기면 적지 않은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징수한 관세 수입은 수입 물량과 관세율을 곱한 값과 같다. 관세율이 올라가면, 수입 물량이 적어진다. 따라서 관세 수입과 관세율의 관계는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따른다. 0% 혹은 아주 낮은 수준에서 좀 더 높은 수준으로 관세율이 올라가면 관세 수입은 늘어난다. 하지만 세율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수입 물량이 오히려 감소하면서 관세율 인상분을 상쇄해 버리기 때문에 관세 수입도 줄어들 수 있다. 필자의 추정에 비추어 보건대, 중국산 상품에 부과하여 세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세율은 25% 정도로 현재 미국의 관세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관세율이 이보다 더 높아진다면 중국산 수입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다른 시장에서 수출 활로를 찾거나 중국이 수출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세를 10%포인트 추가 인상한다고 관세 수입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관세를 60%로 올리면 관세 수입은 줄어들 것이 뻔하다. 중국산 수입품에서 세수를 더 확보하지 못하면 트럼프는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를 높이려 들 수 있다. 이에 비해 다른 국가 상품에 대한 미국의 기존 관세율은 낮은 편(평균 3% 수준)이다. 이것이 인상되면 세수가 커진다. 사실, 새로운 트럼프 무역 전쟁에서 상당 규모의 관세 수입을 새롭게 창출할 방법은 이것뿐이다.

한가지 유념할 점이 있다. 관세 수입이 많아진다고 미국의 국가적 복지가 확대되거나 생활 수준이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첫째, 트럼프 관세가 도입되면 미국 가계의 생활비 역시 커질 게 분명하다. 둘째, 관세는 미국 제조업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 미국 제조회사 상당수가 자원을 수입해 쓰는 만큼 자원 비용이 커지면 세계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은 유럽, 일본 등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셋째, 트럼프 관세는 미국 경제의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우며 관세를 높여봤자 미국이 경쟁력 있는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으로 일자리만 이동할 뿐이다. 유일한 예외는 관세가 구조적으로 경험 기반 학습(learning-by-doing)이나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가 뚜렷한 산업을 겨냥할 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계획에는 그런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호혜 목표는 실현 가능할까?

호혜주의를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만큼, 다른 나라도 똑같은 양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거로 정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의 결과에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비 미국의 저축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미국의 수입과 수출이 모두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수출과 수입 간의 순 차액은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 관세가 올라가 미국의 수입량이 줄어들면, 수입품과 유사하거나 경쟁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은 생산을 확대하게 되고, 노동력, 자본 등 자원을 이전보다 더 많이 투입하게 된다. 이런 추가 자원은 다른 부문에서 나온다. 가령 세계 시장을 겨냥해 상품을 생산하는 부문을 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수입을 줄이면 미국의 수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논리는 국제무역 이론에서 러너의 대칭 정리(Lerner Symmetry Theorem)로 알려져 있다. 이 정리에 비춰보면, 2차 트럼프 무역전쟁으로 균형 잡힌 무역이 실현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예측할 수 있다. 1차 트럼프 무역 전쟁은 이 논리를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그림 1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빨간 선), 캐나다 및 멕시코(파란 선), 그리고 기타 국가(검은 선)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미국 GDP 대비 비율)를 보여준다. 트럼프의 대중 관세 결과, 실제로 미국의 대중 적자는 2018년 전(즉, 무역 전쟁 전) GDP 대비 약 2%에서 무역 전쟁 5년 차에 1% 정도로 감소했다. 그러나 멕시코 및 캐나다, 그리고 기타 국가에 대한 미국의 적자는 정확히 무역 전쟁이 시작된 시점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 국가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인하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사실 1차 트럼프 무역전쟁이 매우 공격적으로 진행된 데 비해 미국의 전체 적자 수준은 감소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무역 팀은 이 논리를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오히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관세를 부과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특히 법인세율 인하 등 대통령 당선인의 일부 다른 정책이 미국의 투자율을 높일 수 있고 따라서 상대적인 저축 부족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종료될 때쯤이면 무역 적자 폭이 훨씬 커져 있을 것이다.

복수 목표는 실현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국으로 흘러드는 불법 이민자와 불법 마약 억제에 소극적으로 보이는 나라의 상품에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는 이 무서운 관세 협박에 순응할 것 같은 나라들에도 비경제적 요구 수위를 높일 수 있다. 관세를 비롯한 무역 수단을 이용해 비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사실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같은 국가 모두 비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정 무역 파트너에게 각종 수출입 제한 조치를 써왔다. 물론 이렇게 공격적인 경우는 없었지만 말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많은 국가가 미국 시장에 계속 접근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 분명하다. 관세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서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따라 일부 제재가 가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1.0과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자 다른 나라들도 WTO 규정을 어기는데 더 대담해졌다. 국가 규모가 클수록 ‘정글의 법칙’ 속에서 자연스러운 혜택을 누리는 만큼, 트럼프 2.0에서도 이런 수단이 빈번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이 ‘복수’나 비경제적 목표를 항상 달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가령, 다른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반중 체제에 동참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관세를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항상 성과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수입국이고, 기본적으로 중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둔 국가도 미국만큼 많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의 목표 상당수는 트럼프의 성에 찰 만큼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는 어쨌든 악화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의 추정에 따르면 트럼프 무역 전쟁이 다시 시작되면 세계 GDP의 누적 손실은 7%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무역 전쟁으로 얻을 것이 없긴 마찬가지다.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무역 전쟁 첫 조치(멕시코 및 캐나다 상품에 대한 25% 관세와 중국 상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가 포함된 단계)로 미국의 GDP가 0.4% 감소할 거로 추정한다 물론 중국 역시 미국과 중국 역사상 가장 높은 관세를 떠안게 되므로 트럼프 무역 전쟁 2.0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무역 전쟁 2.0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에 대한 개별적 보복 관세를 발표하여 트럼프 관세가 더 인상되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쇼크를 완화하는 데는 국내 개혁과 지역 및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1차 트럼프 무역 전쟁 당시 중국이 했던 실험을 떠올려보라.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적용했지만, 동시에 다른 나라 상품에 대해서는 수입 관세를 인하했다. 이 전략을 취하면 추가 관세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다.

2차 트럼프 무역 전쟁에서 다른 국가들은 중국판 실험의 다자 버전을 검토해 볼만하다. 예를 들어 남미의 메르코수르(MERCOSUR), 아시아태평양 지역의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역내 무역협정 회원국들은 그들 간의 통합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또 회원국을 확대할 기회를 찾아볼 수도 있다. 끝으로, 각국은 EU와 CPTPP, EU와 RCEP 등 각 무역 블록 간 경제 관계를 더 다질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지역 간 경제 관계가 더 돈독해진다고 해서 트럼프 관세의 유해한 영향이 바로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트럼프 행정부가 더 과격한 관세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저지할 수는 있다.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무역 전쟁 비용이 더 자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트럼프 무역 전쟁 2.0이나 그것의 부정적인 영향이 사라지길 바랄 수는 없지만, 세계 각국이 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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