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한도 1억 상향…분산예치 불편 해소

시장상황 고려 1년 내 시행 결정
자본요건 강화 대부업법도 통과
추심 등 불법행위땐 원리금 무효


국회가 예금 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금융소비자들이 보다 두텁게 재산을 보호받을 길이 열렸다. 5000만원 한도에 맞춰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 예치해 왔던 번거로움도 덜어낼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도 한도 상향에 따른 ‘머니무브’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보험료 부담이 예금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적정 보험료율 수준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대부업자의 등록 요건을 상향 조정한 ‘대부업법’도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불법 사금융에 대한 규제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4년째 제자리 예금자보호한도, 이제 높인다=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 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2001년부터 24년째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던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올라간 것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나서 대신 지급해 주는 한도 금액을 말한다.

금융당국 시행 시기는 공포 이후 1년 이내로 하되 금융당국은 부동산 PF·제2금융권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시행령으로 구체적 날짜를 정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시행 시기는 공포 후 1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융시장 상황을 봐가며 시행령에서 정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는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보다 훨씬 낮다.

▶적정 예금보험료율 검토…2028년부터 적용=다만, 각 금융회사가 나눠 내는 예금보험료 재조정을 둘러싼 조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료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기금 조성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하는 돈이다. 예금보호한도를 올리면 예보율 인상 압박이 더 커진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금융회사가 대출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가 있다.

금융당국은 법안 통과 이후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적정 예금보험료율을 검토하겠다”면서 “현재 금융업권이 과거 금융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2028년부터 새로운 예금보험료율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부업 등록 문턱 높여…악질 사채업자 처벌도 강화=이와 함께, 불법 사채 근절을 위해 대부업 등록 기준과 처벌을 강화한 대부업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대부업 등록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은 개인의 경우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법인은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법정 최고이자율의 3배(60%) 이상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채권 추심 과정에서 성착취, 인신매매, 폭행, 협박 등을 할 경우 원금과 이자는 원천 무효가 된다.

불법 사금융 형량은 현행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원에서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5억원으로 올라간다. 법정 최고 금리 위반 형량 역시 현행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에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억원으로 높였다. 대부업법 개정안은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자기자본 요건 충족 등에 대해서는 2년의 경과조치 기간을 둔다. 정부는 이번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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