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 추모객들 발길 잡아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기장의 가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해당 메시지에는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미안하다. 형이…’라고 적혀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탑승객 181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의 유가족이 쓴 손편지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포착됐다.
3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철조망에는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손 편지와 술잔, 먹거리 등이 놓여 있다.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세요”, “승객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애쓰신 기장님 고맙습니다” 등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생전 고마움을 담은 사연이 손 편지에 실려 철조망에 묶였다.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지가 놓여 있다. [연합] |
손 편지 중에는 사고 직전 동체 착륙을 시도한 기장 한모(45)씨의 형이 꽂아둔 자필 편지도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해당 편지는 “O아! 우리 왔다”로 시작했다. 이어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음 좋겠다”고 적혔다. 형은 마지막으로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라고 마음을 담았다.
동생을 잃은 형이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에 추모객들은 한참 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추모객들도 눈에 띄었다.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 |
한 시민은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과 부기장을 향해 애도의 마음을 담은 쪽지를 두고 갔다.
해당 쪽지에는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정말 감사합니다”며 “모두 좋은 곳 가셔서 편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고 적혀있었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을 마지막으로 비행을 마친 한 기장은 총 비행시간 6823시간을 보유한 베테랑이었다. 공군 학사장교 출신으로 2014년 제주항공에 입사했다. 2019년 3월 기장으로 승급했다. 기장으로서 비행시간은 2500여 시간이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비행 실력이 좋다는 평가를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장은 29일 오전 8시 57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받았고, 2분 후 ‘메이데이’(긴급구조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착륙하지 못해 재상승하며 복행(Go-Around)하던 여객기는 2분 후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고, 오전 9시 3분 활주로를 넘어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는 179명·생존자는 2명으로 최종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