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말맞추던 피의자 대화 내용 간파
“대가 없었다고 말해라” 중국어 알아들은 경찰 범인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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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대학 시절 중국 유학을 다녀온 경찰관이, 중국인 남성들의 대화 내용을 간파해 범행현장에서 붙잡았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중국 국적의 남성 A(24)씨와 B(25)씨를 운수사업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강북경찰서 수유3파출소 소속 이기택(38) 경사는 지난 12월 24일 11시13분께 “허가 없이 유사화물운송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강북구 수유동의 한 오피스텔로 출동했다.
출동해 트렁크가 열려있는 A씨의 스타렉스 차량을 발견했다. 이 차량은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공간이 화물 적재용으로 개조된 것이었다. 경찰이 출동한 당시 화물칸 안에는 아무 물건도 없었다.
A씨는 “친구 집에 놀러 와 의자를 옮겨줬을 뿐”이라며 한국어로 혐의를 부인했다. 이 경사의 추궁이 계속되자 A씨는 동업자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어로 “대가 없이 했다고 말해라”고 말을 맞췄다. 한국 경찰관이 자신들의 대화 내용을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 경사는 대학 재학 중 약 4년 동안 중국에서 유학했고 경찰 입직 후에도 4년 6개월간 외사과 근무 이력이 있는 중국어 능통자였다.
이 경사는 A씨의 대화를 근거로 B씨가 이삿짐을 옮기고 있는 현장을 찾았고, 이들의 송금 내역까지 확인해 경찰서로 임의동행했다. 강북경찰서는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유학비자(D-2)를 받고 한국에 들어와 허가 없이 화물운송업을 해 ‘체류 자격 외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기택 경사는 외사과 근무 당시 다문화 가정을 돕는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코로나 펜데믹 당시에는 민간인 통역요원과 협력해 ‘코로나 체크리스트’의 번역본을 만들고 배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