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는 여성 [연합]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최근 젊은 층에서 암 발병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50세 미만 암 환자는 79% 증가했다.
특히 담배를 전혀 태우지 않은 20대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가 하면, 불과 25세 나이에 대장암 4기 진단을 받는 등 원인 불명의 암이 급증해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6월 ‘설명할 수 없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암 증가’라는 기사를 통해 “주요 20개국(G20)의 20~34세 암 발병률은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폐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입자 [BBC] |
이렇듯 유전, 식단, 생활방식 등 기존의 연구로는 설명되지 않는 암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8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SF)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이 대장암, 폐암과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명 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Technology)에 실린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과 불임, 대장암, 폐 기능 저하, 만성 폐 염증 사이의 잠재적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국 하와이주의 카밀로 해변에 밀려 온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자이어스 연구소 제공] |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3000건 이상의 연구를 검토한 후 미세 플라스틱이 정자의 질과 고환 건강에 해를 끼치고 면역 체계를 악화시킨다는 ‘높은’ 수준의 증거를 발견했다. 또 미세 플라스틱이 난소 난포, 생식 호르몬, 대장과 소장 및 폐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중간’ 수준의 증거를 확인했다.
UCSF 산부인과 생식과 교수이자 수석 저자인 트레이시 J. 우드러프는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기본적으로 입자상 대기 오염에서 발생한다”며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 내에 널리 퍼져 있고 이동성이 있어 공기, 표면수, 해안 해변, 퇴적물, 식품 등에서 검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 플라스틱은 남극, 깊은 바다 해구, 북극 해빙을 포함한 멀리 떨어진 깨끗한 장소에서도 발견된다”며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큰 입자에 비해 인체에 더 쉽게 들어간다. 인간의 태반, 모유, 간에서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은 매년 약 4억 6000만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하며, 이 수치는 2050년까지 11억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인은 연간 평균 3만 9000개에서 5만 2000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호흡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 양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들은 기존 연구들이 대부분 동물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 같은 결론을 인간에게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들은 미세 플라스틱과 대장암·폐암 간의 연관성을 지적하면서 규제 기관과 정책 입안자들이 미세 플라스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빠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