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무력, 혹은 거래…트럼프의 ‘그린란드 장악’ 방법은?[디브리핑]

그린란드 매입, 혹은 군사력 동원
그린란드 차지 실패하면 미군 주둔 강화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2월 미국 뉴욕 맨해튼 자치구 뉴욕주 대법원에서 열린 민사 사기 재판에 참석한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면서, 실제로 해당 지역을 차지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 주목되고 있다.

9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 외에도 덴마크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게되면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 외로 매체는 그린란드를 푸에르토리코처럼 미국령으로 편입하거나 국방과 재정 지원을 통해 해당 지역에 미군을 주둔하는 방법도 또 다른 가능성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서실장을 보좌했던 알렉산더 그레이는 “내무부가 관리하는 방식에는 수많은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많은 옵션을 선택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버진 아일랜드처럼 그린란드도 매입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왼쪽)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고려하는 방안 중 하나는 매입이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이 영토를 매입한 과거가 있어 이 같은 방안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지난 1867년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사들였다. 1917년엔 덴마크가 통치하던 버진 아일랜드도 매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6년에는 해리 트루먼 행정부가 덴마크에 이 섬을 위해 1억달러를 제안했다고 덴마크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집권 1기 당시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이에 대해 그레이는 “러시아와 중국에 의한 서방 동맹의 안보 위협 탓에 미국이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도록 하는 협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폴리티코는 그린란드 매입에 대해 덴마크나 그린란드의 반발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지난 10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덴마크인이 되고 싶지 않다.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역시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DB]


군사력 동원…세계 각국 반발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는 모습. 그는 이날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엇도 약속하지 않겠다. 뭔가를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AP]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있었던 트럼프 당선인의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그린란드에 군사력을 동원해 미국령으로 편입할 가능성 또한 새로운 시나리오로 부상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엇도 약속하지 않겠다. 뭔가를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편입을 위해 실제로 군사력을 동원할 경우 세계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국경의 불가침(원칙)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강력 반발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분명히 유럽 영토”라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에서 법률 전문가로 활동한 브라이언 피누케인 피누케인 국제위기그룹 선임 고문은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이 “사담 후세인과 푸틴의 전처를 그대로 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란드 장악 실패엔 거래…미군 주둔 강화할 수도


지난 2016년 4월 알래스카 카힐트나 빙하 위 데날리 인근 빙하에서 미군이 훈련하는 모습. [AP]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다 해도 그린란드에 주둔하는 미군을 증강하는 차선책도 선택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 의한 서방 동맹의 안보 위협을 방어하려는 차원에서다.

이미 미국은 1951년 방위 조약에 따라 그린란드 북서부에 있는 피투픽 공군 기지를 갖게 됐다. 모스크바와 뉴욕의 중간에 있는 피투픽 공군 기지는 미군의 최북단 전초 기지로 미사일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 국방부가 피투픽 공군 기지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등 방어 수준을 강화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덴마크가 최근 트럼프 당선인 측에 그린란드의 안보 강화와 이곳에 주둔하는 미군을 증강하는 방안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는 비공개 메시지를 보냈다고 11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허풍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덴마크가 이번에 비공개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린란드를 미국에 넘겨주지 않고도 이러한 안보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게 악시오스의 분석이다.

악시오스는 “덴마크 정부는 미국의 새 행정부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며, 트럼프 측에게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은 발언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폴리티코는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더라도 미국이 그린란드에 자유연합협정(COFA)을 체결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일부 관리들이 최근 몇 주 동안 그린란드 매입을 두고 비공식적으로 논의해 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하기도 해서 이 같은 방법의 실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COFA는 미국이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해당국 영토를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조약이다. 그린란드 정부가 최근 어업에서 벗어나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협정을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거론된다.

그레이는 “덴마크는 그린란드가 독립할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린란드가 독립 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