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칼럼] (72)윤이나의 LPGA 성공이 어려운 이유

윤이나. [사진=KLPGA]

윤이나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한국의 골프 미디어에서는 루키로서 신인왕 등 대형 성공스토리를 기대하는 기사가 넘쳐난다. 그러나 필자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를 제시한다.

오구플레이가 아니라 치팅이다

한국 골프미디어에서는 윤이나의 치팅 사건을 오구플레이 사건 또는 스코어카드 오기 사건이라고 표현하면서 치팅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데, 치팅을 오구플레이나 스코어카드 오기로 표현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오구플레이를 했을 경우 2벌타를 받고 다시 치지 않았다면 그 라운드 또는 대회에서 실격하는 것으로 끝나며 징계사유가 아니다. 스코어카드 오기도 실격사유가 될 수 있지만 징계사유는 아니다. 골프 기자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왜곡된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여러가지 이유로 치팅이라는 단어를 피해 가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치팅을 했던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팅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주니어 선수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골프의 기본은 정직과 진실

미국에서 골프의 전통과 문화는 한국과 다르다. 절대 변하지 않는 골프의 기본은 정직과 진실이며 그것을 게임의 정신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골프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최고의 가치이다. 한국은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완전히 무시한 국가인데 그 결과가 윤이나의 치팅을 징계하고 해제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한국의 많은 골프팬들이 쉽게 윤이나를 용서했거나 치팅한 사실을 이미 잊었고, 대한골프협회와 KLPGA는 징계기간을 단축하여 1년 6개월 만에 선수로 복귀시켰지만 미국의 가치관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윤이나의 선례가 남긴 큰 문제는 이제 한국의 선수들은 치팅이 적발되더라도 1년 6개월이면 복귀할 수 있고 곧바로 대상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며 치팅의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멘탈게임에서 핸디캡 있다

윤이나의 골프 기량은 세계의 정상급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골프 시합은 골프 기량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멘탈 게임이기도 하므로 윤이나에게 크게 불리하다. 미국에서 윤이나는 치터이고 그 오명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LPGA의 선수들과 캐디들은 윤이나에 대한 정보를 귓속말로 교환하며 비웃거나 경계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고 그 분위기 속에서 플레이 하는 윤이나는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한국 투어에서 윤이나를 반가워하지 않는 선수들의 서먹한 분위기를 피해서 미국으로 간다면 그것은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격이다. 치터를 배척하는 미국의 분위기는 더 엄중하므로 한국보다 훨씬 괴로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골프 미디어의 태도이다. 그들은 윤이나의 성적이 좋을 때 마다 치팅 사건에 대한 질문을 해서 윤이나의 정신적인 경기리듬을 방해할 것이고 그런 질문은 윤이나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외국의 치터가 미국 투어에 진출해서 영웅이 되는 모습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윤이나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러 떠났다. 운동장이 기울어진 이유는 본인의 잘못이므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한국 골프팬들의 눈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보이고 윤이나가 어떤 역경을 돌파해야 하는지 이해한다면 기대하는 성적의 눈 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다. 해외에 진출한 선수에게는 첫해의 성적이 중요한데 윤이나에게는 투어 분위기 적응이 성적만큼 중요하다. 윤이나가 이 칼럼을 읽는다면 현타가 올 지도 모르지만 따끔한 예방주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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