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충실 의무 부과해야…소송 크게 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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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전문가들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사의 충실 의무가 일반주주까지 확대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건전한 회사를 공격할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과 재계에서 걱정하는 것만큼 경영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반박이 이어졌다.
15일 국회 법사법위원회 법안 1소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명한석 법무법인 화현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최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회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사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는 대표가 아니라 대리 역할”이라며 “그래서 회사를 위해 일해야지, 주주와는 아무런 법적 관계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분이 충실 의무를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대결 구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모든 회사가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려스러운 것은 이 조항은 건전한 회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기에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소멸시효가 10년이기에 10년 간 이사들은 아무 일도 못하게 되고,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경제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해 주길 바라는 바”라고 했다.
반면 송 교수는 회사들이 주주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도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그는 “상법을 그대로 두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며 “이렇게 격렬한 논쟁을 했는데 상법이 유지된다면 투자자들이 다 미국 나스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송 교수는 “상법 개정은 단순한 신호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사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며 “재계에서 회사 이익을 추구하는데 일반주주가 방해한다는 말이 나온다. 재계가 정말로 그렇게 인식한다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재계는 구조조정을 할 때 일반 주주를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며 “주주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에 부담이라는 것인가. 주주가 회사 이익을 가로막는 존재로 인식한 것이라면 너무 당황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상법이 개정되면 어떤 형태로든 특히 가처분 형태로 법원에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며 “아마 봇물 터질 듯 소송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소송 등에 제약 조건이 많고 지금 너무 과소하기 때문에 소송이 더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여야는 상법개정안 내용 중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일반주주까지 넓혀 주주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이달 말 법사위에서 통과시켜 올해 초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여당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협의체가 출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내란 일반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관련 협의가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이 상법 개정안을 제안해도 정부·여당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