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집값 오른다카던데”…부산 자산가들도 술렁

오세훈 서울시장 ‘해제 검토’ 언급
실거주 제한없어 갭투자 활용 가능
지방·해외 매수희망자 관심 급증
잠실 ‘엘·리·트’ 30억대 진입 전망
대치, 반포·도곡과 키맞추기 관측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해제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서울잠실 리센츠 아파트 단지 김희량 기자



“여기 재건축 단지는 토지거래허가제 실거주 의무 때문에 수천만원 들여 수리하고 2년 살고 나가고 그랬죠. 지방, 해외에서 (이 지역을) 사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안달한 사람들 많았어요. 오늘만 해도 부산 손님 3명한테 슬슬 준비하시라고 했어요.” (잠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검토’를 언급한 뒤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일명 잠삼대청)’에서는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다. 공인중개업소들은 토허제 지정 해제가 거래 절벽 상황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방, 해외 등 실거주가 힘들었던 수요자 뿐만 아니라 전세 낀 갈아타기를 꿈꿨던 이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토허제 묶여도 가격 계속 올라…“수명 다한 정책, 폐지 마땅”=토허제에 묶였던 지역은 실거주 의무로 거래량은 줄었으나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공인중개업소들은 “제도의 수명이 다했다”고 주장한다.

잠실 엘스가 대표적이다. 엘스의 매매 거래량은 2019년 284건에서 제도 시행 이후 2022년 41건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134건으로 회복했다. 문제는 2020년 6월 20억원대 전후였던 전용 84㎡ 매물 가격이 규제 속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26억~27억원까지 호가가 올랐다는 점이다. 거래량 위축 효과는 있었지만 일정 시기 후 거래 가격과 건수는 제도가 무색하게 부활했다.

현장에선 토허제 해제 시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84㎡ 기준 30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트 인근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허제 해제 땐 최소 1억~2억은 오를 거고 평균 30억원은 거뜬히 넘어갈 걸로 보고 있다”면서 “집주인들한테 최소 5년은 팔 생각 말라고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높아진 실거래가의 추가 상승과 외국인 유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잠실 C부동산 대표는 “잠실 아파트는 수요가 높은 ‘전국구 아파트’이기 때문에 파는 사람 대비 매수 희망자가 두배라고 보면 된다”며 “교육을 위해 진입 원하는 젊은 엄마들은 지금도 너무 비싸다고 울상인데 ‘있는 사람들이 돈잔치하는 지역’으로 굳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주 제한까지 풀리면 외국인들이 분명 관심 보일텐데 갭투자나 가격 급증 같은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을 같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치, 도곡·역삼과 키맞추기 나설 것”=또 다른 규제 지역이었던 대치동도 거래량은 줄었지만 실거래가는 올랐다. 아실에 따르면 대장아파트인 래미안 대치 팰리스 1,2단지는 2019년 매매 거래량이 80건에서 2022년 7건까지 급감했다가 지난해 46건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 사이 가격은 급증했다. 2020년 6월 28억5000만원(6층)이었던 84A타입의 경우 2023년 10월 33억원(21층), 지난해 9월 36억5000만원(4층)에 이어 11월에는 최고가인 39억3000만원(30층)을 찍었다. 4년 넘는 시간 동안 10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오히려 대체수요가 올라갔다고 알려진 서초구 반포동의 경우 거래량과 증가폭이 더욱 컸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2019년 매매 거래량이 75건에서 2022년 13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95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 6월 30억원 수준이었던 전용 84.97㎡ 가격은 지난해 12월 53억원(최고가)를 찍었다. 같은 기간 35% 오른 래미안 대치팰리스보다 상승 폭(77%)이 2배가 넘는다.

대치동은 갈아타기 및 갭투자 수요와 함께 그동안 눌렸던 가격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풍선효과를 봤던 도곡동·역삼동과 ‘키맞추기’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치동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치동 진입 수요가 토허제 때문에 인근 역삼동이나 도곡동으로 옮겨 가 시세 또한 정상가 대비 5% 내외 눌려있던 상황이었다”면서 “대치삼성 1차 전용 97㎡(38평)과 도곡렉슬 전용 85㎡(34평)을 비교를 많이 하는데 2020년 전에는 가격이 비슷했지만 도곡렉슬이 역전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치삼성 1차 전용97㎡(38평)과 도곡렉슬 전용 85㎡(34평)은 2019년 말 기준 24억원 전후로 가격이 유사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가격이 각각 30억, 33억원 정도로 벌어진 상태다.

대치선경아파트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 시 갭투자 매수를 꿈꾸는 대기수요들이 있다”면서 “대치동이 많이 오른 옆동네 반포나 도곡, 역삼이 비해 자존심이 눌렸는데 이를 되찾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희량·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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