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수사’ 조항 반발 與, 거부권 요구
“계속 부결시키면 계엄 옹호처럼 보여”
거부권 행사 시 ‘무기명’ 표결이 변수
지난 17일 밤 속개된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 법안을 놓고 국민의힘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결단을 주시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두 번째 내란특검법인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17일 오후 11시를 넘겨 재석 274명 중 찬성 188명, 반대 86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본회의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행사했고, 안철수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본회의 표결에 앞서 여야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8시간 넘도록 특검법 수정 협상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야당안과 비교해 수사대상과 기간, 인력을 축소한 당론 법안인 ‘계엄 특검법’을 협상장에 들고 갔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협상 결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로서는 ‘최대한 이 정도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고 해서 법안을 만들었다. 필요한 내용만 딱 들어간 법안”이라며 “‘우리가 하나를 빼주면 너희들도 하나를 양보해라’는 식의 협상은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요구한 ‘흥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여야 협상은 물 건너갔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특검법 수정안을 마련해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일례로 수사대상의 경우 야당안은 11가지, 여당안은 5가지였는데 수정안에는 6가지만 반영됐다. 국민의힘이 반대했던 ‘외환유치죄’와 ‘내란 선전·선동죄’를 포함한 수사대상이 삭제됐고 수사기간과 인력도 축소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수정안을 내놓은 건 국민의힘 이탈표를 끌어내는 동시에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여겨졌다. 앞서 정부·여당이 위헌적이라고 비판한 조항을 다수 들어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 자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는 안철수 의원 1표에 그쳤다. 이달 8일 실시된 첫 번째 내란특검법 재의결 당시 발생했던 ‘최소 6표’의 이탈표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수정안에 포함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 사실상 ‘무제한 별건 수사’ 조항이란 점 등을 비판하며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고집한 관련 인지사건 수사 조항은 사실상 모든 수사들을 가능케 하는 조항으로 ‘이재명의 정적’들을 겨냥한 무한 수사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여야 합의 없는 이재명표 위헌, 졸속 특검’ 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왼쪽부터)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및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동취재] |
다만 국민의힘 내에선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탈표 단속이 마냥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특검을 반복적으로 거부할 수만은 없다는 주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자체 특검법을 발의한 것 역시 국민적 여론을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는 당 내 의견을 수렴한 결과였다. 국회 재의 표결이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점도 변수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 100%는 계엄이 잘못됐고, 90%는 특검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우리가 특검에 계속 반대하고 부결시키면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언제까지 대통령과 극우 지지자에 끌려다닐 것이냐”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