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부유식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술 경쟁
손발 안맞는 해상풍력 기술 개발…中 침공 우려도
한화오션이 개발한 해상풍력 하부 부유체 ‘윈드하이브(WindHive) 15-H3(노란색)’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국내 조선 업체들이 바다에 풍력 설비를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부유식’ 발전기 기자재 개발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앞서나가고 있는 가운데, 정작 터빈 등 다른 핵심 기자재에선 뒤쳐져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조선 업체들 사이에선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이란 바다 위에 발전 구조물을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이른다. 바다 바닥에 발전기를 고정해, 얕은 바다에만 설치가 가능했던 ‘고정식’ 발전기에서 보다 발전된 개념이다.
전체 해상풍력 시장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로선 1%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유식 해상풍력은 고정식 대비 더 넓은 영역에서 에너지 발전이 가능한만큼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 2020년 35기가와트(GW)에서 2030년 270GW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조선 업체들도 앞다퉈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발전기를 바다의 특정 위치에 고정시키고, 해일 등 타격에도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게 하는 ‘하부 구조물’ 개발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부유식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의 하나인 ‘하부 부유체’ 기술 인증 절차 ‘개념승인(AIP)’을 받았다. 이번에 한화오션이 개발한 부유체는 15MW급 발전기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앞서 HD현대중공업도 지난해 10월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에서 독자 개발한 해상풍력 부유체 모델이 미국선급협회(ABS) 기본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가 추진하는 750MW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필요한 하부구조물 독점 공급 합의서(PSA)를 체결했다.
한국 조선 업체들의 해상풍력은 세계적으로도 앞서 있는 수준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술력은 한국이 선도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다른 해상풍력 기자재 분야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풍력 발전기의 또다른 핵심 기자재인 ‘터빈’은 바람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한국은 아직 이 부분에선 뒤쳐져 있다.
일례로 중국 제조업체 중국중처(CRRC)는 지난해 20MW급 부유식 해상풍력 터빈을 개발했다. 반면 국내 중공업 업체들이 제조하는 터빈 발전 용량은 10MW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해상 풍력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업체들이 대용량 하부 부유체를 만들어도 정작 국산 터빈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정부 역시 이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열린 재생에너지 신년인사회에서 “해상풍력 입찰 안보지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등 외국계 자본이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을 잠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입찰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재생에너지 관련 한 협회 관계자는 “해상풍력 경제 유발 효과는 광범위하며, 특히 선박이나 부유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계획적인 풍력 발전 입찰 시장 개설과 해상풍력 특별법 통과 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정책과 제도가 안착돼야 더 많은 고용과 경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