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대통령이 직접 비상계엄 경위 설명”
헌재 앞 경찰버스로 둘러싸 경계 강화
21일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가 경찰버스로 둘러싸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출석한다.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지 39일 만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의 호송용 승합차가 이날 낮 12시 48분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출발해 오후 1시 11분께 헌재에 도착했다. 지난 1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때처럼 경호차량이 호송차 주변을 에워싸고 경호했다. 경찰이 주변 교통을 통제했다. 호송차가 헌재 지하주차장으로 곧장 들어가면서 윤 대통령의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전날인 20일 오후 10시께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3차 변론기일에 윤 대통령이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동현 변호사는 “탄핵 심판 변론 준비 등을 위해 (20일) 오후 9시 반까지 대통령을 계속 접견했다. (강제 구인을 시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직원들은 그 무렵까지 대기하다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가능하면 예정된 헌재 기일에 윤 대통령이 매번 출석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윤 대통령을 체포·구속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탄핵 심판 출석을 통보했다. 양측은 탄핵 심판 출석에 대해 별도 논의를 거치지는 않았다. 서울구치소를 관리하는 교정당국과 협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에서 비상계엄 경위에 대해 설명한다.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된 증거를 제출하고 관련 증인도 신청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따르면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권 남발로 인한 국정 마비 ▷무분별한 예산 삭감과 입법 폭주로 인한 국정 마비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인한 안보·경제·정치 위협 ▷선거관리 시스템 부실 관리 등을 비상계엄 배경으로 꼽았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고 병력으로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법에 따라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의 선포를 위한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물리적인 상황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치·경제·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과 이로 인한 국정 마비와 혼란”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탄핵 소추권 남발로 인한 국정 마비를 증명하기 위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다.
예산안 삭감에 대해서는 초급간부 인건비 및 킬체인·드론 예산 삭감, 대왕고래프로젝트 및 신기술 개발 예산 삭감, 서민 임대주택 예산 삭감, 수사기관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 등과 관련한 증거를 제출한다.
변호인단은 “새로운 유형의 국가적 위협인 하이브리드 전쟁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사드 미사일 관련 2급 기밀 유출, 정보사 소속 블랙 요원 명단 중국 유출, 중국인의 군사시설 드론 촬영 등”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열린 2차례 변론준비기일과 첫 번째 변론기일에는 ‘신변 우려’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16일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할 계획이었으나 체포되면서 불발됐다는 것이 윤 대통령 측 입장이다. 19일 구속영장 발부로 신변 문제가 정리되면서 탄핵 심판 출석을 강행하게 됐다.
21일 헌법재판소 청사 안에 경찰버스가 주차돼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
헌재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윤 대통령 출석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지자들의 집회가 격한 양상을 보일 확률이 높고, 최악의 경우에는 헌재 난입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태 이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로 향한 적도 있다.
우선 경찰이 헌재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30여대가 넘는 경찰버스가 헌재 외곽을 둘러쌌다. 헌법재판소는 안국역 인근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헌재는 정문 앞과 양옆에 각각 4차선, 1차선 도로를 두고 뒤로는 민가와 건물이 들어서 있는 구조다. 헌재를 둘러싼 3면의 도로를 경찰 버스가 호위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 세력이 모이기 쉬운 정문 앞 도로는 2개 차선을 경찰버스로 메웠다. 헌재 청사 안에도 경찰버스가 들어와 건물로 들어서는 입구 일부를 막고 있다. 경찰들이 헌재 입구 안팎을 둘러보며 외부 침입에 취약한 지점을 점검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동과 떡볶이, 순대의 점심식사 후 출발해 헌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