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바이든 행정명령’ 78개 폐기

IRA 에너지 및 인프라 조항 취소
파리기후협정·세계보건기구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첫날 행정명령에 거침없이 서명을 날렸다.

조 바이든 정부가 4년간 실시한 각종 행정명령 78개를 일괄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관세와 관련된 행정명령 서명은 없었지만 “2월 1일 25%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캐피탈 원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념 퍼레이드 자리에서 지지자들이 보는 가운데 서명한 행정명령은 ‘유해한 행정 명령 및 조치의 초기 취소’로 바이든 정부가 실시한 행정명령을 일괄 중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행정명령 내용에는 “이전 행정부는 인기 없고, 불법적이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급진적인 관행을 깊이 내재화했다”며 “미국을 번영하게 만드는 정책을 시작하기 위해, 연방 정부에 상식을 회복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트럼프의 서명으로 중단된 행정명령에는 2022년 바이든 정부가 대대적으로 실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속 에너지 및 인프라 조항을 포함해 기후 위기 해결 조항 등 78개가 포함됐다.

또한 이날 트럼프는 이민 정책과 관련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해당 명령에는 출생 시민권 폐지, 군대 배치,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 신속한 추방을 통한 망명 종식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이민자 입국 허가 애플리케이션(시비피 원·CBP One)을 종료했다. 이 앱은 이민자들이 합법적인 입국 항구를 통해 미국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전인터뷰 예약 프로그램이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남부 국경 단속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한 직후 시피비 원 프로그램 웹사이트에는 “앱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기존 예약은 취소되었습니다”라는 공지가 게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전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20일 기준 약 3만명의 이민자들이 앱을 통해 미국 입국 예약을 잡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기후 규제 철폐가 포함돼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에 가담해 처벌받은 지지자들을 사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날 “내일 이 매우 큰 아레나에 있는 모든 사람은 J6(January 6th·1월 6일) 인질들에 대한 내 결정에 대해 매우 행복해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1·6사태 폭동들을 ‘인질’이라고 불러왔으며 그들을 사면하겠다고 선거 기간에 여러 차례 약속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근로자들에 대한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전일제로 대면 근무에 복귀할 것을 지시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다만 전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관세 정책은 즉각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에 중국 및 북미 이웃 국가들과의 무역 정책과 경제 관계를 평가하도록 지시하는 메모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연방 정부에 미국의 지속적인 무역 적자를 완화하고 다른 국가의 불공정 무역 및 통화 정책에 맞서도록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오피스 기자회견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상대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에 대해 “우리가 2월 1일에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엄청난 숫자의 (불법으로 월경하는) 사람들을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몹시 나쁜 남용국”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에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한 고위 정책 고문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한 방식으로 무역 정책을 발전시키길 원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무역적자, 불공정 무역 관행, 환율 조작 외 위조 상품에 대한 정책과 800달러 미만 상품에 대한 관세 면제, 1기행정부에서 취한 무역 및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예외적인 행정권한을 사용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잠재적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공직자들에게 사면을 선제적으로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인 2021년 1·6 사태의 진상조사를 위해 하원 조사특위에 참여했던 리즈 체니 등 전현직 의원들에 대해 ‘선제적 사면’을 단행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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