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업듣겠다’ 제자 집단괴롭힘 신세에 교수들 ‘침묵’…이 대학 어디? [세상&]

학교 복귀한다는 의대생에 ‘보복’ 이어져
경찰·교육부 강경 대응…교수들은 침묵


지난 7일 서울 한 의과대학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가운을 입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의료·교육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보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복학 의사를 밝힌 인제대학교 의대생들도 리스트가 유포되는 피해를 겪었다. 학생들은 결국 복학을 포기하는 수순인 가운데 학생을 보호해야 할 교수들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리스트 유포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서울대학교 의대 학장단과 판이한 모습이다. 경찰과 교육부는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서면서 범죄의 심각성도 부각되고 있다.

2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수업 복귀 의대생 리스트를 포함한 복귀 의료인에 대한 온라인 상 집단 괴롭힘에 대해 엄정 수사할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2024년 6~9월 사이 온라인에서 발생한 복귀 의료인 집단 괴롭힘에 대해 설 연휴전인 지난 24일까지 2명을 구속하고 30명을 불구속 송치한 상태다.

복귀 의료인과 의대생의 리스트 유포에 대한 범죄의 심각성이 조명되는 가운데 피해 당사자인 인제대학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께 복학 의사를 밝힌 인제대 의대생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유포돼 복학을 결심했던 학생들 다수가 복학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인제대 의대 교수들은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122명의 인제대 의대 교수가 속한 ‘상계백병원 교수 모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학생들의 피해 방지 등에 대한 대책 논의는 묵살당하고 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전경. [상계백병원 제공]


블랙리스트 유포 등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A 교수는 지난 22일 단체 대화방에서 “학습권을 강제로 박탈당하는 학생들에 대한 보호 대책은 강구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라며 “향후 레지던트 지원 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A 교수의 제안 후 사흘이 지났지만 121명의 교수들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A 교수는 “인제대학교 교수들은 증원 정책 반대에만 매몰됐다”며 “근무 중인 전공의나 학생들에 대한 보호 대책 등을 공지한 일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생에 대한 범죄와 그에 대한 대응과는 판이하다. 최근 서울대 의대 3·4학년 새 학기 강의가 개시되면서 첫날 70여명의 학생이 강의실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 의사 커뮤니티에 이들의 신상을 공개한 명단이 유포됐다.

이에 서울대 의대 학장단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22일 학장단은 입장문을 통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행위, 수업 참여를 방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


한편 교육부도 24일 학습권 침해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는 공지를 통해 “수업 복귀를 희망하거나 복귀한 학생의 명단을 유포하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강요 및 협박하는 등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학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라며 “가해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을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당부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수업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의과대학 학생보호신고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안내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최근 2~3일 동안 ‘메디스태프’ 등 온라인에 서울대, 인제대에서 수업 복귀 의사를 밝히거나 실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신상이 유포되는 피해 사례가 접수돼 이를 엄정하게 수사해 줄 것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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