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슬프게도 생존자 없다…여객기 사고는 ‘바이든 탓’”

67명 전원 사망·시신 28구 수습…한국계 피겨 유망주 2명 탑승
2001년래 최대 참사…“美 역사서 어둡고 괴로운 밤”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 항공안전 인력 기준 낮춰”
근거 제시없이 前정부의 ‘다양성 중시 인사정책’ 탓 돌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룸에서 열린 아메리칸 항공 5342편과 워싱턴 군용 헬리콥터 간의 공중 충돌 사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지역에서 전날 밤 발생한 여객기-군용 헬기 충돌·추락 사고와 관련 “생존자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참사의 원인을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진정한 비극”이라며 “슬프게도 생존자가 없다”고 말했다.

묵념의 시간을 가진 뒤 회견에 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수도와 우리나라 역사에서 어둡고 괴로운 밤이었다”며 “너무나 소중한 영혼을 갑작스럽게 빼앗긴 모든 사람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안전을 담당하는 연방항공청(FAA) 청장 대행으로 FAA에 22년간 근무해온 크리스토퍼 로슈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8시53분께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의 소형 여객기가 미국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미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와 부딪히고 인근 포토맥강에 추락하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앞서 29일 오후 8시53분께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 항공의 여객기가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상공에서 비행 훈련 중이던 미국 육군의 블랙호크(시코르스키 H-60) 헬기와 충돌했으며, 이후 두 항공기는 근처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여객기 승객 및 승무원 64명과 헬기에 탄 군인 3명 등 67명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01년 11월 12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인근 주택가로 추락해 260명 전원이 사망한 이래 인명 피해가 큰 항공기 사고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레이건 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다 육군 헬기와 충돌해 추락한 미국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 탑승객 중 한명인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왼쪽)과 스펜서 레인(오른쪽)의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사고 여객기에는 한국계 10대 피겨스케이팅 선수 2명도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의 재미(在美) 영사 업무 담당자는 30일 추락한 여객기에 타고 있던 10대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Jinna Han)의 소속 클럽과 현지 한인 사회에 확인한 결과 그가 한국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지나 한이 미국 피겨 선수권 대회와 연계된, 미국의 전국 스케이팅 유망주 훈련 캠프를 다녀오다 변을 당한 점으로 미뤄 그의 국적은 미국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같은 여객기에 함께 탑승한 10대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인의 부친인 더글러스 레인은 ‘뉴스12’와의 인터뷰에서, 스펜서와 이번 사고 항공기에는 탑승하지 않은 마일로 등 두 아들을 한국에서 입양했다고 말했다.

CBS뉴스에 따르면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더그 제그히베 최고경영자(CEO)는 소속 선수인 지나 한과 스펜서 레인이 두 선수의 모친들과 함께 사고기에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레이건 내셔널 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추락한 후 포토맥 강에 있는 아메리칸 항공 비행기 추락 현장 근처의 해안 경비대 보트. [AFP]

지난 20일 백악관 복귀 후 처음 재난 대응 및 위기관리의 ‘시험대’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전 정부를 향해 사고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1기(2017∼2021년)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9∼2017년 재임) 시절 마련된 항공 안전 인력 채용 기준을 상향했으나 자신의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채용 기준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 나는 항공 교통 관제사와, 다른 중요한 자리에 대해 요구하는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복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나의 행정부는 항공 안전을 위한 최고 기준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항공 안전 부문에) 배치해야 한다”며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말하는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과 재능이 중요하다. 그들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천재들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FAA의 (직원 채용 등과 관련한) 다양성 추진에는 심각한 지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직전 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중시 인사 정책으로 인해 능력이 부족한 항공관제 인력이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근무한 항공 안전 담당자들이 이전 정부의 DEI 인사 정책에 의해 채용됐음을 보여주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여객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헬기 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군은 위험한 일을 하고 정기적으로 일상적인 일도 한다. 어젯밤에는 비극적으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종류의 고도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즉시 국방부와 육군 단위에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를 일으킨 헬기가 “정부 연속성 임무” 차원에서 “일상적인 연례 야간 비행 재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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