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른 나라와 교역서 5경2500조원 부채”
중국·캐나다, WTO 제소 방침…효과는 미미할 듯
멕시코, 정부 차원의 구체적 맞대응 조치 발표 예정
EU, 트럼프발 관세 조치 유럽 확대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자신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키로 하자 이들 국가들이 강력 반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번 조치로 일부 고통이 따르겠지만 ‘미국의 황금기’를 위해 감내할 가치가 있다며 불퇴 의지를 밝혔다.
그는 “고통이 따를까? 아마도 그럴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지불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그리고 거의 모든 나라)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으며, 36조 달러(약 5경250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멍청한 나라’(Stupid Country)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부터 캐나다의 에너지 제품에 10%, 그 밖의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에너지류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25%, 중국에 대해서도 10%의 보편 관세가 매겨진다.
이에 중국은 전날 즉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혔고, 캐나다도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 25% 관세로 맞대응하는 방침을 발표한 뒤 이날 WTO 제소 방침을 추가로 밝혔다. 멕시코는 3일 정부 차원의 구체적 대응계획 발표를 예고하는 등 트럼프발 관세공격의 후폭풍은 북미 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유럽연합(EU) 또한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관세 조치가 EU까지 확대되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이번 사태가 세계 관세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 문제란 분석까지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 ‘자해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적으로는 유럽연합(EU)으로, 부문별로는 반도체·철강·석유 등으로 각각 관세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한국도 조만간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도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 국민을 향해서는 미국산 대신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여름 휴가를 미국 말고 국내에서 보내자고 호소했다.
주지사들도 연방정부의 대응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잇달아 자체적인 제재를 발표하고 나섰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온타리오주 등에서는 미국의 ‘레드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 생산 주류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노바스코샤주는 미국산 상용차의 도로 통행료를 2배 올리겠다고 했다.
캐나다 최대 노동조합인 유니포(UNIFOR)는 “트럼프가 캐나다 노동자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만큼 강하고 빠르게 반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날 캐나다는 무역협정 위반을 이유로 미국을 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4일부터 관세가 부과될 미국산 제품의 상세 목록을 이날 공개했다. 목록에는 꿀, 토마토, 위스키, 냉장고, 변기 등이 망라됐다.
또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른 구제 조치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전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대응에 나섰다. 또 이날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에서 주먹을 공중으로 치켜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미국 국민이 더 높은 물가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보복’을 암시했다.
중국 역시 10%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복과 국제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 조치를 취해 자기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중국과 캐나다의 WTO 제소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WTO 항소기구 판사들이 월권을 행사해 중국에 불공정하게 이익을 줬다며 새 판사들의 임명을 차단해서다. 이로 인해 WTO 항소기구는 지난 2019년 말부터 사건 심리를 위한 정족수를 구성하지 못해 법적 문제를 처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서 상대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관세 인상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해 확전이 우려된다.
클라우디아 쉐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대통령궁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 |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반도체·철강·알루미늄·구리·석유·가스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도 천명했다. 또 유럽연합(EU)에 대해 수차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측은 이날 미국의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미국이 EU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각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영국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와 회동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무역은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준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미래에도 관세장벽으로 세계를 나누지 않고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 대응책에 대한 질문에는 “EU는 강력한 경제권이며 자체적인 대응 옵션이 있다”면서 EU가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미국과 경제관계를 계속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현지 NRK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의 관세 인상 결정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클라스 노트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 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유로화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무역 전쟁은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며 “유럽은 밀려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4억명의 소비자를 보유한 강력한 무역 블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