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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로 토끼굴의 정비 후 모습. [강남구 제공]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이 골목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2시간마다 청소를 해도 소용없었는데…”(주변 상인 A씨)
서울에서도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그중에서 11번 출구를 나서면 10m 정도 앞에 좁은 골목길이 보인다. 이곳은 많은 사람이 모여 담배를 피우던 일명 ‘토끼굴’. 강남대로가 금연거리로 지정된 후 흡연자들은 이곳을 주된 흡연 장소로 애용해 왔다.
그런 토끼굴이 최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담배꽁초와 침, 쓰레기가 널려 있던 지저분한 모습은 사라지고 골목 양옆에는 녹색 식물로 꾸며진 벽이 들어섰다. 벽에는 귀여운 모습의 토끼 조형물도 설치됐다. 바닥에는 담배꽁초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 잠실에 사는 대학생 이모(24)씨는 “이 근처 학원에 다녀서 강남역에 내린 뒤엔 여기서 습관처럼 담배를 한 대씩 피웠다”며 “이번에 깨끗하게 바뀐 뒤 여기서 담배 피우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저도 자연스럽게 여기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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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이전 토끼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강남구 제공] |
이런 변화는 강남구가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 ‘강남대로 랜드마크 거리 조성사업’에 따른 결과다. 강남구는 서울시로부터 5억원을 지원받고 구비 15억원을 투입해 강남대로 일대를 새롭게 바꾸는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2023년 4월에 설계를 시작해 2024년 11월 공사를 마무리했다.
조성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바로 토끼굴이다. 강남구 디지털도시과 관계자는 “토끼굴은 예전부터 상습 흡연구역으로 주변 상인과 보행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라며 “이번 주변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강남역에 올 때마다 이곳을 지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항상 담배연기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며 “이렇게 깨끗하게 바뀌니 나도 그렇고 다른 보행자들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 강남구는 노점상 방지를 위해 설치했던 커다란 석재 벤치를 치워 보행로를 확보했다. 또 거리 곳곳에 그늘막도 새롭게 설치했다. 새로운 그늘막은 하얀 버섯 모양의 디자인을 적용해 특별한 거리 풍경을 연출한다. 각 그늘막은 무선 핸드폰 충전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태양의 위치에 따라 이동하는 최신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전동형 회전 캐노피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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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로에 새롭게 설치된 버섯 모양의 그늘막. 손인규 기자 |
또 하나의 변화는 강남역 11번과 12번 출구 사이의 강남스퀘어 광장이다. 구는 이곳에 ‘가슴 뛰고 설레는 강남역’이라는 콘셉트를 담은 상징 조형물을 설치해 이색 포토 스팟을 만들었다. ‘I♡GANGNAM style” 글자로 구성된 3.8m 높이의 조형물을 세우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하트로 표현했다. 바닥에는 LED 조명을 깔아 회색빛 광장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번 사업에 대해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걷기 좋아진 거리로 거듭난 강남역 일대가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기대와 설렘을 주는 핫플레이스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강남대로 뿐만 아니라 홍제천 인공폭포 수변테라스에는 폭포마당 하부 스테인리스 거울을 설치하고 바닥을 재포장해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이에 더해 시는 ▷종로구 백악산 도보탐방코스 ▷강동구 학원거리 광장 조성 사업을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설계가 완료되는 ▷명동 관광특구 ▷강동구 고덕천 수변공간도 연내에 선보일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서울시 도시경관 정책팀 관계자는 “서울시는 앞으로도 지역 경관 자원과 디자인 요소가 결합한 도시경관 개선 사업을 통해 걷다 보면 ‘5분마다 만날 수 있는 경관 명소’를 조성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