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주민들 “미국 점령보다 ‘가자지옥’이 낫다”

“떠나라면 죽음 택하겠다” 격앙

현실 동떨어진 트럼프 구상에 반발

 

한 어린이가 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 폐허를 둘러보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신들은 더 나은 지역으로 이주하고 가자지구는 미국이 점령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죽음을 불사하고 반대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떠나라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점령 계획은 현지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조처였다며 주민들 다수의 의사를 현장에서 전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임시 난민촌 텐트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트럼프의 ‘가자지구 접수’ 구상을 전해듣고 격앙과 불신으로 가득찬 반응을 보였다.

주민 아부 피라스(52)는 “이 땅을 떠나라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며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고향 땅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동부 칸 유니스 지역에 거주하던 중 전쟁통에 집이 파괴됐고 가족과 친지 80명을 잃었다.

그는 가자지구의 재건 지원을 원할 뿐, 그곳에 드나들 수 있는 입장권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트럼프의 가자 점령 구상은 팔레스타인 현지인들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수립된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가자지구의 일상은 전쟁 전에도 녹록치 않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돈을 들여 더 나은 거주지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제공할테니 살기 힘든 가자지구를 떠나라는 권고는 큰 반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봉쇄돼 있어 경제 사정이 원활하지 않고 무장정파 하마스의 통제 하에 운영되고 있어 정치적 압박도 심한 상태다. 또한 거주가 허용된 가자지구 일대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고 있어 인구밀도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그들의 오랜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살기 적합한 기후에 만족하며 거주지 복귀만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람주(50)는 지난주 4명의 자녀를 데리고 자신의 거주지로 복귀한 상태에서 취재진에게 “사람은 어디로 이사하든, 그곳이 아무리 아름다운 거주 여건을 갖추고 있을지라도 자기 조국과 고향이 없다면 평화를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돌아와보니 거주지가 모두 파괴된 상태지만, 우리는 끝까지 여기에 머물며 존엄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왈리드 알무나야는 이번 전쟁 중 거주지를 6번이나 옮겼다.

그는 “옛말에 ‘집을 떠나면 존엄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는 원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여기에 남을 것이며 1인치의 땅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