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특검? 대여 압박-피로감 누적 사이…野 ‘명태균 특검법’ 딜레마[이런정치]

‘명태균 특검법’ 12일 법사위 소위 회부
野, 내주 법사위 거쳐 2월국회 처리 목표
조기대선 염두 특검 수사 관철 속내 해석
野내부 “특검 추진 반복 피로 고려해야”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명태균게이트 진상조사단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균택, 송재봉, 이연희, 서영교, 이성윤, 김기표, 김용만 의원.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른바 ‘명태균 특검법’을 두고 정치권에선 결국 막바지에 다다른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의 고삐를 죄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현 시점에서 야(野) 6당 공동 발의로 법안을 띄우고 특검 수사를 관철시켜 향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차원이란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굳이 지금 또 특검법을 현안으로 올릴 필요가 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안 심의와 입법 과정에서 여당 반발이 뻔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또다시 ‘거부권 정국’의 반복인데 현 시점에서 시민들이 느낄 수 있는 ‘피로감’을 쌓을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명태균 특검법으로 불리는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12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야(野) 6당 및 김종민 무소속 의원 등 범야권 188명 의원이 이름을 올려 11일 발의한지 하루 만에 법사위에 상정돼 소위로 넘어갔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 주도로 ‘명태균 특검법’ 상정안에 대한 찬성 표결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


이 법안은 명씨 및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골자로 한다. 법안의 제안이유에는 “명 씨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경선 과정에서 불법·허위 여론조사 등 선거개입을 하고,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공천 개입 등 이권을 받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등 유력 정치인과 관계를 이용해 각종 기관의 인사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돼야 할 혐의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많은 의혹 중 일부만 기소하며, 증거인멸하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고 있다”며 “대통령 부부와 유력 정치인 등이 연루돼 있어 더 이상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특검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명태균게이트 진상조사단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표면적으론 이른바 명씨와 관련해 촉발된 각종 의혹을 ‘명태균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의혹들을 특검 수사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명태균 특검에 반대하는 자들이 범인”이라며 “명태균 특검법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직접적 원인인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자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막바지에 다다른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고삐를 죄면서, 동시에 향후 대선정국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가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늦어도 3월 중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 될 경우 여권에 대한 전방위 특검 수사를 고리로 ‘유리한 판’을 짜려 한다는 것이다.

명씨가 현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인사들과도 과거 교류한 정황이 거론됐는데, 이들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 야당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법안 추진이란 해석이다.

민주당 명태균게이트 진상조사단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전용기 의원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명 씨 변호인에 따르면, ‘황금폰’이라 불리는 명 씨의 휴대전화에는 140명이 넘는 전·현직 국회의원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고 한다”며 “이들의 연루 정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부패한 권력의 카르텔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대검찰청 항의 방문 입장문에서 “검찰이 작성한 명태균 게이트 관련 수사보고서를 국민 앞에 공개하라”며 “윤석열, 김건희, 윤상현, 오세훈, 홍준표 등 일명 명태균 리스트에 들어있는 인물들과 관련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별법’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


하지만 22대 국회 들어 채해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비상계엄 이후 내란특검법까지 모두 ‘거부권→재표결→부결·폐기’ 수순이 되풀이됐는데, 현 시점에 또다시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만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민주당 내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지역구 의원은 “지도부가 어떤 전략을 갖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동의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최상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쓰고 또 재표결을 추진하다가 막히면 조기대선 정국에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피로감도 생각해봐야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을 통과시킨 후 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명태균 특검법은) 2월 본회의 통과 목표고, 재의결까지 해서 3월초까지도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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