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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EPA)[로이터=연합]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정 재탈퇴를 결정하면서 자국의 에너지 자립과 보호무역주의와 결합한 경제적 국익 우선의 미국식 환경 리더십이 거세질 전망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에너지안보와 탄소경쟁력을 강화하고, 상호 국익에 부합하도록 한·미 청정에너지동맹의 지속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 의의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 1기와 2기의 환경정책을 비교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우선 공통점으로 ▷규제 중심의 환경 정책을 지양하고 미국이 시장 중심의 환경 정책을 통해 국제적인 환경 리더십을 주도하려 한다는 점 ▷파리협정이 미국에 불공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 ▷파리협정 탈퇴와 더불어 이와 관련한 미국의 해외 기후 재정 지원 계획을 중단하거나 철회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17년과의 차이점으로는 우선 올해 재탈퇴가 2017년 보다 신속하고 강렬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11월 발효한 파리협정은 발효 후 3년 이후의 통지로부터 1년 후 탈퇴할 수 있다고 규정해 2017년의 탈퇴는 3년이 걸렸지만, 2025년의 재탈퇴는 1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또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말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3.0)를 제출했지만 파리협정 당사국들의 NDC 3.0 제출기한을 앞두고 이뤄진 미국의 탈퇴 결정은 다른 국가들의 반발과 탈퇴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만, 2025년 행정명령은 파리협정의 상위협정인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탈퇴를 명시하지는 않아 미국이 UNFCCC 당사국으로서의 활동은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과 2025년 간 또다른 차이점은 올해 파리협정 재탈퇴 결정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무부·에너지·환경보호청(EPA) 수장 후보에 석유·가스 시추 확대 공약(일명 ‘drill, baby, drill’)이행에 적합한 인사들을 지명하고, 백악관 복귀 직후 에너지 비상상황을 선포했다.
해상풍력 개발 보류 행정명령 등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기후 정책을 폐지하고, 환경청과 국제개발처의 대량 감원도 예상되고 있다.
또 에너지해방 행정명령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과 인프라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을 근거로 대출 승인되거나 승인 중인 3000억달러의 집행이 불투명해졌다.
마지막 차이점은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가 금융시장이나 기업의 환경·사회·투명경영(ESG) 동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녹색금융협의체(NGFS) 탈퇴를 선언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일부 은행들은 유엔 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가 2021년 4월에 출범시킨 탄소중립 은행 연합(NZBA)에서 탈퇴하거나 탈퇴를 검토하고 있고,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탄소중립자산운용사이니셔티브(NZAMI)를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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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
이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재탈퇴 결정은 이제 막 궤도에 오른 국내외 기후 대응 정책의 자생력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탄소중립기본법상 에너지 전환을 충실히 이행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라며 “한국은 더욱 치열해진 생존경쟁 속에서 산업의 탄소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국의 국익이 부합하도록 한·미 ‘청정에너지동맹’의 지속 방안도 함께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