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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지난 10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
이용가정의 43%가 월 1200만원 이상
월 292만3200원으로 이용요금 인상
월평균 소득은 525만5000원의 55.6%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1년 더 연장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정체성’은 온데간데 없어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줄여 세계 최저 꼴찌 수준의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책 목표와 달리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이용하는 이들이 대부분 서울시 내에서도 ‘부촌(富村)’으로 인식되는 강남 3구에 몰려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이용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가구의 73.2%(82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900만원 이상입니다. 42.8%(48가구)는 1200만원 넘게 버는 가구였으며, 31.2%(35가구)는 1500만원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월 1800만원 이상 버는 가구 비중이 23.2%(26가구)로, 900만~1200만원인 가구(30.4%, 34가구)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반면 월 600만원 미만을 버는 가구는 전체의 8.9%(10가구)에 그쳤습니다. 이용가정의 44.6%는 이른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8월 이용가정 선정 당시 비중(33.8%)보다 10%포인트 이상 오른 비중입니다. 맞벌이 부부의 돌봄 비용 부담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강남 정책’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시범사업이 1년 연장됐지만, 형편이 어려운 맞벌이가구는 해당 정책의 수혜를 받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시범사업 이용요금이 대폭 올랐기 때문입니다. 실제 3월부터 이용요금은 현행 1만3920원에서 1만6800원으로 2860원으로 오릅니다. 월 요금으로 치면, 주 40시간 기준 242만5560원에서 292만3200원으로 49만7640원 인상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5000원입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쓰려면 월평균 소득의 55.6%에 달하는 돈을 써야합니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웠던 이용요금이 더 올랐으니, 조금이나마 돌봄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해당 제도를 이용하려고 했던 ‘진짜’ 맞벌이 가정들은 더욱 해당 제도와 멀어졌습니다.
도무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분간이 어려운 이 제도, 과연 계속 연장하는 것이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