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매출 원가율 90% 수준
전국적으로 미분양 7만가구 넘어
‘건설업의 위기’→‘밥상의 위기’로 다가오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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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국내 건설경기가 취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까지 미분양이 쌓이고 공사비마저 오르면서,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마저 우려되고 있다. 건설경기의 악화는 한 업종의 침체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건설경기가 일자리, 소비 등과 직결된 만큼, 범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건설산업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를 신고(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말소) 한 건설사는 29개사로, 5년 래 최대다. 부도 건설사는 ▷2020년 24곳 ▷2021년 12곳 ▷2022년 14곳 ▷2023년 21곳으로 최근 4년간 꾸준히 확대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말 기준(국토교통부 집계)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7만173호로, 2012년(7만4835호)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7만호를 넘겼다.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480가구로 10년 5개월 먼에 2만 호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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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지금부터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본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가운데 공사비도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원가율이 각각 100.6%와 104.9%로 집계됐다. 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원가가 100만 6000원, 104만 9000원으로 오히려 손해란 얘기다.
공사비 급등에 따라 제대로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건설사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건설사가 지난해(3분기 기준) 받지 못한 공사비는 19조593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하반기 10대 건설사 중 9곳이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했다.건설 업계는 건설사 1곳이 문을 닫으면 하도급 업체 50여개가 무너질 것으로 추정한다. 건설경기 악화가 단순히 건설 업황 부진의 의미를 넘어서 연쇄적으로 내수 전반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건설업은 경제학에서 경기 침체나 반등에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경기 신호등’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고, 200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금융, 운송, 자재, 설비, 고용 등과 산업 연관성도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6만9000명 줄었는데, 2013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미분양 적체 해소를 포함한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업 내부만 해당하는 지엽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전방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건설회사에는 PF 활성화를, 수분양자에게는 대출규제 완화를, 악성 미분양에는 세제혜택까지 줘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늦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건설투자액은 298조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포인트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