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대리기사 ‘이동노동자 쉼터’ 북적북적

서울시, 종각역·사당역에 문열어
“저녁시간 되면 휴식 취하러 몰려”



“콜 받으려고 편의점이나 카페에 오래 있으면 눈치 보였는데….”

서울시가 일정한 근무지 없이 이동이 잦은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도 이런 쉼터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지난 10일부터 사당역과 종각역에 이동노동자 쉼터(사진)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18일 밝혔다.

이동노동자 쉼터란 택배·배달·대리운전 기사뿐 아니라 방문검침원, 보험 모집인,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직종 이동노동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에 문을 연 지하철역 쉼터는 접근성 높은 장소에 쉼터를 마련해 달라는 이동노동자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13일 찾은 ‘휴서울 종각역 이동노동자 쉼터(이하 쉼터)’에는 두세 명의 대리기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리기사 A씨는 “콜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대개 편의점, 어느 때에는 카페로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다”며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 있어도 괜찮지만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추위를 녹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런 쉼터가 생겨서 반갑다”고 말했다.

20평 남짓한 쉼터 내부에는 이동노동자가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휴대기기 충전기, 냉난방 설비, 공기청정기, 생수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녹차, 커피 등 음료도 무료로 제공한다.

쉼터 출입은 휴대전화으로 출입용 QR코드를 발급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시는 개소 첫 달인 이달 한 달 동안에는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담당자가 상주해 이용자에게 출입과 이용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쉼터 담당자는 “개소한 지 이제 4일째(13일 기준)인데 오후 6시부터는 쉼터가 꽉 찰 정도”라며 “특히 이곳은 대리기사가 많이 찾는다. 이미 이분들에게 입소문이 난 듯 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휴식뿐만 아니라 각종 노동관련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임금, 해고, 산재, 휴가 등과 관련된 노동 관련 법률이나 종합소득세 같은 세무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감정노동 심리상담도 지원된다.

쉼터의 운영시간은 오후 1~10시다. 이는 지하철 역사를 닫는 시간 등을 고려한 것이다. 야간에 주로 일하는 대리기사에게는 아쉬운 측면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해보고 이동노동자의 의견을 들은 뒤 운영 시간 등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시는 서초동(서초구)·북창동(중구)·합정동·상암동(이상 마포구)에 거점형 쉼터인 ‘휴(休)서울 이동노동자 쉼터’ 4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강남·강서·관악·도봉·서대문·성동·영등포·용산·중랑구 등 자치구에서도 13개의 ‘간이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이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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