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 출근 4시 퇴근…‘느슨한컴퍼니’ 아시나요

노원 청년일삶센터 설립 가상회사
고립은둔청년 일상생활 회복 유도
참여자 “타인 소통 도움” 긍정 반응


느슨한컴퍼니를 나와 은은키트를 제작 중인 청년들 [청년일삶센터 제공]


“열심히 일 안 할 분 지원해 주세요.”

세상에 이런 회사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있다. 단 지원 대상은 집에서만 지내며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들이다. 서울 노원구 청년일삶센터에서 운영 중인 ‘느슨한컴퍼니’ 얘기다.

느슨한컴퍼니는 이름처럼 느슨함을 추구한다. 역동적으로 바삐 굴러가는 보통의 많은 회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2022년 5월 설립된 느슨한컴퍼니는 노원구 고립은둔 청년의 일상생활 회복과 지역사회로 재진입을 유도하도록 돕기 위해 만든 가상의 회사다. 고립운둔 생활 중인 만19~39세 청년이 자기 속도에 맞게 회사 생활을 2개월간 체험해 볼 수 있다.

직원으로 채용된 청년은 오후 1시까지 출근을 한다. 개인 업무 및 회의, 기획 업무 등을 해보고 오후 4시 퇴근한다. 모든 일정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업무는 은둔 경험을 나누고 일상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챌린지로 구성된다. 명상하기, 운동하기, 청소하기. 식물 가꾸기, 인형만들기 등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회식도 있다. 이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회사에서 각종 군것질거리를 사원의 집으로 보내주면 서로 온라인으로 대화하며 음식을 먹는다. 가끔 외근도 있다. 본인 업무와 관련된 행사, 전시회 등에 가게 된다.

서정화 노원 청년일삶센터장은 “지원 대상은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피곤하다’,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낸다’, ‘나는 3개월 이상 무업이다’ 등에 해당하는 서울시 거주 청년”이라며 “이런 고립은둔 청년들의 일상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아주 조금씩 천천히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2개월간 진행된 회사 체험 뒤 일상성이 어느 정도 회복된 청년은 실제 지역사회 일터로 나가게 된다. 이 역시 청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느슨하게’ 진행된다. 이들의 일터는 본인의 취향과 선택에 따라 출판, 공예, 책방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또다시 2개월의 근무를 마친 청년들은 약 100만원의 수당도 받는다.

서 센터장은 “지난 2022년 사업 시작 후 느슨한컴퍼니를 경험한 고립은둔 청년은 90명 정도”라며 “이 중 30% 넘는 청년들이 실제 느슨한일경험에까지 이르렀고 일상성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느슨한일경험까지 완료한 청년들은 마지막으로 은은키트를 제작한다. 은은키트는 ‘은둔이 은둔에게 보내는 안부를 담은 키트’의 줄임말로 아직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은둔청년을 위한 다양한 물품들로 구성된다. 은둔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모, 책, 실뜨개, 스티커, 씨앗 등으로 구성돼 있다.

느슨한컴퍼니를 거쳐 간 청년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참여 후 소감을 보면 “온라인이지만 두 달간 함께하면서 소속감이 생겼다”, “타인과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는데 많이 개선된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센터가 실시한 이용자 만족도 결과에 따르면 평균 87%가 느슨한컴퍼니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느슨한일경험 만족도도 94%로 나타났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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