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유리에 베인듯한 고통” 마약성 진통제 의존…‘각막통증’ 새 치료법 나오나

- GIST 정의헌 교수팀, 신경병성 각막통증 치료 가능성 제시
- 신경 손상의한 만성 눈 통증 정밀 재현하는 동물 모델 개발


이번 연구를 수행한 GIST 의생명공학과 정의헌(왼쪽) 교수와 모드. 아프잘 칸 박사.[G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신경병성 각막통증’은 시력교정술 후 신경 손상, 바이러스 감염, 당뇨병,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만성적인 안구 불편감, 빛 과민증, 원인을 알 수 없는 작열감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전 세계적으로 흔하게 발생하지만, 기존 안과 치료법으로는 효과가 부족하고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의생명공학과 정의헌 교수 연구팀이 신경병성 각막통증(Neuropathic corneal pain, NCP)의 병태생리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는 새로운 동물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동물모델은 임상과의 괴리로 인해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어려움을 초래했으나, 이번 연구는 신경병성 각막통증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신경병성 각막통증 모델은 주로 안 신경(ophthalmic nerve) 또는 섬모체 신경(ciliary nerve)*의 절단을 통해 설계, 이는 임상에서 관찰되는 점진적인 신경 변화와 신경병성 통증 발생 기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장섬모체 신경을 부분적으로 손상시킨 새로운 동물 모델(Pulled Nerve, PN)을 개발하여 말초 감작 및 중추 감작으로 이어지는 통증 만성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초기 단계의 신경 변화를 연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당김 신경(PN)’ 모델을 활용하면 신경 구조 및 기능 변화에 관한 기전 연구를 보다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다.

PN 모델의 외과적 절차.[GIST 제공]


무엇보다 이 모델은 신경병성 각막통증의 핵심 특징인 만성 지각 이상 및 과민반응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하여 세포 스트레스 반응 및 각막 상피의 항상성 조절에 중요한 ‘Krt16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했다.

Krt16 유전자는 상피세포의 구조 및 기능적 항상성을 유지하고 세포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의 조절 이상이 신경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치며, 신경병성 통증의 진행을 유도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잠재적인 치료법을 검증할 수 있는 필수적인 전임상 연구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리학적 개입(각막 신경 기능 장애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진통제 및 신경보호제의 스크리닝) ▷유전자 기반 치료(Krt16 발현 조절이 신경 반응 및 통증 인식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재생 전략(각막 신경의 회복 및 재생 접근법을 탐색하여 임상적 치료 효과 개선)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헌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병성 각막통증의 발생 기전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특히 근본적인 신경 기능 장애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피오이드 및 국소 진통제에 의존해 왔던 기존 신경병성 통증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향후 효과적인 신경병성 통증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IOVS(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에 2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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