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펀더멘탈’ 흔든다…올해 성장률 1.6% 이하 될 수도 [머니뭐니]

이레적 ‘1월’ 성장률 전망했던 한은
오는 25일 발표서 수정치 나올지 주목
트럼프 영향에 추가 조정 가능성 제기
금리 인하 필요성은 더욱 힘받을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언으로 우리나라가 직접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1개월 만에 추가로 0.2%포인트가량 또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생겼다. 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에 착륙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 상호 관세 정책의 직접 영향권 내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성장률 눈높이가 또다시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수가 여전히 위축된 가운데 마지막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마저 흔들릴 수 있단 분석이다. 특히 역대 최대를 기록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경우 경상수지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이에 시선은 약 일주일 뒤 발표되는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에 쏠린다. 만약 이번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6% 이하로 나타난다면 우리나라 통화당국이 판단하는 공식 경기 진단마저 미국 신정부 영향으로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단 의미가 된다. 연내 비교적 강도 높은 금리 인하의 당위성이 더 커질 수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블로그를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범위를 1.6~1.7%로 제시했다. 기존 1.9%에서 0.2~0.3%포인트가량 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1월은 통상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달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워낙 급격하게 악화한다는 판단에서 이례적으로 블로그라는 통로를 통해 기존 전망치를 조정했다.

문제는 이미 긴급 조정한 수치에서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단 점이다. 1월 수정의 이유는 대부분 비상계엄에 따른 내수 위축이었다. 그 강도는 0.2%포인트로 분석됐다. 만약 오는 25일 발표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이 앞선 전망치 상단인 1.7%로 나온다면 계엄 정도의 충격만 있었던 것이지만, 하단인 1.6% 이하로 나오게 되면 대외변수도 본격적인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단 얘기가 된다.

만약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아지게 된다. 앞선 경제전망 보고서 내 성장 전망 경로 시나리오 중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이 심해질 경우를 상정한 상황에선 성장률이 0.2%포인트 추가로 하락한다. 최악의 상황엔 올해 성장률이 1.4~1.5%까지 내려가는 걸 고려해야 한단 소리다.

문제는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가가치세(부가세)를 가진 나라에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간접적 영향은 물론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에 직접적 제약 요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대미 수출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면 당장 경상수지에 비상이 걸린다. 지난해 연간 누적 경상수지는 990억4000만달러 흑자로, 2023년(328억2000만달러)의 3배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한은의 연간 전망치(900억달러)도 웃돌았다. 지난 2015년에 이어 역대 2위의 흑자 규모를 자랑하는 수출 호황이다.

수출이 좋은 모습을 나타내는 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 중 하나가 대미 수출의 비약적 성장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각각 1278억달러, 557억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7년 연속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다.

지난 2월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대한민국을 관세 정책의 대상으로 삼을 명분일 수 있다. 이미 미국 상무부는 우리나라를 일본(7위)에 이은 8번째 무역적자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우리나라 성장률 하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실제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순간 성장률이 0.2%포인트 이상 더 낮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나라 GDP가 0.203%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10.79%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 GDP가 0.20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는 “미국의 자동차·반도체 관세와 상호 관세 부과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성장률 눈높이가 조정될 수 있단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 “다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 외에 미국의 경제정책이라든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실제로 성장률 전망치가 또다시 하향 조정되게 된다면 금리 인하론은 더 힘을 얻게 된다. 경기 전망이 달마다 악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금리 인하란 처방을 피할 논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앞서 “다수 기관에서 1%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예상한다는 점에서 올해 경기가 둔화하는 국면인 것은 틀림이 없다”며 “현재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을 생각하면서 (기준금리는) 적어도 두세 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전날 “저희가 지금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기 때문에 금리가 인하될 방향으로 가는 것은 다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금리 인하를 어느 달에 할지 시점에 관해서는 여러 변수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