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해체산업 개화 기대감 ↑
관련 기업 간 기술 교류도 진행 중
![]() |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의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예상 등이 맞물리며 국내 원전업계가 수주·건설·운영을 넘어 해체까지 산업 전주기를 아우를 준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원전 시장 트렌드는 ‘계속 운전’(설계 수명이 끝난 원전의 안전성을 검사해 추가 운전하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해체 산업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준비 기간으로 삼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 관련 기업 간 기술 교류도 활발한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KPS는 지난 19일 양사 간 원전해체 사업현황 공유 및 기술교류회를 진행했다. 양사는 지난 2016년 원전 해체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이후 기술 교류회를 이어왔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는 원자로 해체 기술 개발을 공동 진행해왔다. 개별 기업 단위뿐만 아니라, 작년 11월엔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해체 비즈니스 포럼’을 열어 국내 산·학·연 전문가 200여명이 해체 산업 분야별 추진 현황과 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원전 해체 산업은 시설운영을 영구 정지한 후 해당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 오염을 제거해 원자력안전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영구정지 전 준비, 사용후 연료 냉각 및 안전관리, 제염 및 해체, 부지복원 순으로 추진되며 최소 15년 이상 걸린다. APR1400 노형인 새울 1·2호기를 기준으로, 해체 단계를 포함한 국내 원전의 수명주기는 약 110년으로 진행된다.
![]() |
업계에선 원전 해체 산업의 본격적인 개화 시점은 불투명하지만, 여러 제반 조건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우선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상반기 중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성 심사를 거쳐 해체를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리 1호기는 해체 사전 절차인 제염(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시설을 두고 주민 반발 및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져 본격적인 해체 시점 가늠이 어려웠다. 사용 후 핵연료를) 옮겨 담을 데가 없다면 해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준위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법안 소위에서 처리됐다. 2016년 첫 논의가 시작된 이후 무려 9년간 국회에 묶여 있던 해당 특별법은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법적 근거가 담겨 있는 게 골자다. 향후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이뤄지면 처분장 건설에도 속도가 붙는만큼, 원전 해체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에 고리1호기 해체 작업이 본격화하면 국산 해체 기술이 현장에 첫 적용되고, 이후 월성1호기로 이어지는 등 국내 원전해체 시장이 본격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들이 해체 사업을 수주해 역량을 쌓으면 향후 세계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분석컨설팅사 베이츠화이트는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이 2030년까지 123조원, 2031∼2050년까지 204조원, 2051년 이후 222조원 등 총 5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당장의 사업 진입 시점 및 수주 규모 파악 등은 불투명한 만큼, 일단은 역량 확보 등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수주 금액 파악이 어렵다보니 당장 새 먹거리를 확보했다거나, 시장 규모가 커진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그보다는 국내 기업들이 원전 산업 전주기를 아우른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세계 원전 산업 트렌드 등으로 원전 해체 산업의 본격적인 개화는 지연되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오히려 고리 1호기·월성 1호기 해체 등을 진행해나가며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