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당 정체성 함부로 규정해선 안돼”
친명계 “논쟁 긍정적…통합해야 한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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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 제공]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일제히 이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부정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해당 발언이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도보수층 지지와 이 대표의 확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20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대표가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의 정체성을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당내서 논쟁과 민주당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당이 중도보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당 정체성을 흔든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진보 정권 창출을 천명해 왔고, 당 강령 서두에도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다른 비명계 인사인 김두관 전 의원도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소통망(SNS)에 “물론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중도 보수의 표도 얻어야 하나,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했고,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우클릭 안 했다. 원래 우리 자리에 있었던 것이고 민주 정권이 언제 경제를 경시했나. 우리 보고 우클릭했다는 건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MBC 100분 토론에서도 이 대표는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그 역할도 우리 몫이 되지 않겠나.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조기 대선이 다가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체성 논쟁’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 대표 개인을 두고 악성 비판이 많았는데 이 같은 논쟁은 정치인으로서 대표의 정체성이나 정책, 노선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의힘이 보수의 가치를 완전히 버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합리적인 보수까지 껴안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에서 (대표가) 얘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의 ‘중도보수’ 언급은 그간 일명 ‘우클릭’으로 알려진 정책들이 진보정당의 가치와 대립하지 않느냐에 대한 답변에서 촉발됐다. 즉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예외 허용 검토,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등 정책이 우클릭이라고 비판받고 있지만, 실상은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