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챗봇’으로 주식투자 가능할까

인공지능(AI)이 활동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고 있다. 금융투자 부문 역시 격변하는 흐름에 맞춰 기술 혁신을 향한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의 시각으로 금융시장의 기술 트렌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상윤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


최근 중국에서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딥시크(DeepSeek)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적은 비용으로도 고성능 AI를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생성형 AI의 대중화에 중요한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연간 최대 약 4조4000억달러(약 635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추가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AI 챗봇과 같은 ‘가상 어시스턴트(Virtual Assistant)’는 가장 대표적인 기회 영역 중 하나다.

가상 어시스턴트는 금융 투자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다양하고 분산된 정보를 빠르게 검색하고 요약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은 특히 언어와 정보 접근성에서 상대적으로 장벽이 존재하는 해외주식 투자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최근 몇 년간 앞다투어 AI 챗봇 서비스를 출시하는 이유다.

그러나 ‘AI 주식투자 챗봇’ 서비스가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 AI 챗봇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AI 챗봇은 투자 기회를 자문하거나 투자를 대신해주는 것이 아닌 고객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보조 도구다. 따라서 고객이 최적의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최근 아시아의 대형 증권사가 출시한 AI 주식 챗봇 서비스는 이러한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주가 변동의 원인 분석, 경쟁사 대비 재무성과 비교, 예상 실적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 파악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고객이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이용 가이드를 함께 제시한다.

둘째, 기존 범용 생성형 AI 서비스와 차별화가 필요하다.

오픈AI의 챗GPT(ChatGPT)나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통해서도 유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금융사의 AI 챗봇 서비스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금융사의 AI 챗봇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해 답변의 적시성과 질을 높이고 단순한 텍스트 응답을 넘어 시각적인 차트를 활용하는 등 유저인터페이스(UI)의 개선이 요구된다. 또한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반영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거나 AI 챗봇과 거래주문 연계를 통해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차별화를 위한 방법이다.

셋째, AI 챗봇 운영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AI 챗봇은 질문에 정해진 답변만 하는 과거의 질의응답식 서비스가 아니라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필요한 내용을 추출해 제공한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불완전하거나 편향된 정보가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위험도 커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AI챗봇의 응답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오류나 부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수정하는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디지털화가 확대될수록 사람의 적절한 개입과 운영 프로세스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거래 금액이 전년 대비 84% 증가할 정도로 해외 투자는 이미 보편적인 흐름이 됐다. 금융사들의 AI 챗봇이 국내 개인고객들의 ‘투자의 글로벌화’를 돕고 금융 경험을 확장하는 ‘스마트 투자가이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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