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이상한 영화 만드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어”

28일 개봉 영화 ‘미키17’로 6년만에 컴백
주인공, 더는 구석으로 몰고 싶지 않아
원작서 중요하게 여긴 사랑이야기 부각
아카데미 수상 후 배우 캐스팅 편해져

영화 ‘미키17’의 봉준호 감독이 지난 19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가 쉽고 재밌다는 반응은)바랬던 바다. 극중 캐릭터들을 가혹하게 대한다는 평이 있었는데, 미키는 더 망가지거나 부서지지 않았으면 했다. 심지어 미키는 죽는 게 직업이지 않나.”

봉준호 감독이 6년 만에 돌아왔다. 애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한 ‘미키17(28일 개봉)’를 통해서다. 영화 ‘기생충’으로 칸, 아카데미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상이랑 상은 모두 쓸어담은 그의 후속작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젠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그를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만났다. 부담이 될 법도 하건만, 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후) 개인적인 삶이 바뀐 건 없다”며 “다만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많은 설명을 안 해도 돼서 편하다”고 웃었다.

‘미키17’은 인류가 살기에 너무나 엄혹한 환경이 돼버린 2050년 지구가 배경이다. 인류는 식민 행성 ‘니플하임’으로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데 이때 사채빚를 진 미키 반즈(로버트 패틴슨 분) 역시 빚을 갚으려고 ‘익스펜더블(소모품)’로 취직해 우주선에 탑승한다. 익스펜더블은 기계로도 하기 어려운 위험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인간으로, 일하다 다치거나 사망하게 되면 다시 휴먼 프린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영화는 원작 소설보다 더 가까운 미래인 2050년대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영화를 좀 더 현실적으로, 땅바닥에 끌어내리려 했다”며 “(원작보다)더 과거의 느낌이 나는 걸 동시에 포함시켜 시간대를 상쇄시키고 중화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우주선에서는 인간의 사료가 칼로리 단위로 배급량이 정해진다. 봉 감독의 전작인 ‘설국열차’의 단백질 블럭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크리퍼(식민행성 토착 생명체)’가 나올 때에는 영화 ‘괴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작품은 다른 창작자와 경쟁하기 보다 봉 감독 스스로와 경쟁하는 느낌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크리퍼가 나오는 장면을 찍다 보니 ‘괴물 때 이런 상황이 있었는데’ 하고 기시감이 좀 느껴지더라. 하지만 전작과 비슷하려고, 또는 전작과 다르려고 접근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영화 ‘미키17’ 스틸컷.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1인 2역을 소화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봉 감독은 ‘미키17’를 소개하면서 처음으로 남녀 간의 러브라인을 그려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키의 보호자 같은 나샤(나오미 애키 분). 이 둘의 사랑에 대한 묘사가 원작에서 참 좋았다”며 “그래서 내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사랑이야기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중에서 나샤는 주변 사람들의 무시를 받는 미키를 매력적인 병약미로 가득한 남자이며, 지켜주고 싶은 존재로 생각한다. 가끔은 엄마가 아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미키를 끌어안고 마지막을 배웅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핵심 내용은 미키17이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초반 설정과 이야기는 원작 소설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봉 감독이 자신의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 창조해 냈다.

하지만 엔딩 만큼은 원작의 흐름을 다시 좇는다. 나샤와 미키가 행복한 앞날을 기대하는 모습으로 끝낸 것. 나샤는 미키17에게 휴먼 프린터기를 폭파하는 스위치를 직접 누르게 하고, 앞으로 둘이 세월에 따라 같이 나이를 먹어갈 수 있다며 기뻐한다. 좋을 때나 슬플 때나, 젊을 때나 늙어서나 변함없이 사랑하는 이 둘의 관계성은 인류가 처한 절박한 환경과 대비되며 더 가치 있게 그려진다. 다만 미키가 꾸는 악몽은 뭔가 산뜻하지 못한 뒷맛을 남긴다.

그는 “스튜디오 측에서도 악몽 신을 뻇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며 “‘악몽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가 언제든지 다시 주저 앉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를 남기고 싶어 악몽 장면을 더 공들여 찍었다”고 말했다.

‘마크 러팔로가 열연한 독재자 마샬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각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키18이 먀살을 총으로 쏘는데 총알이 뺨에 스치는 장면이 (트럼프 암살 시도와)비슷하다고 말이 많더라”면서도 “영화는 2022년에 다 찍었다는 점을 상기해달라”며 웃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54년 봉 감독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저는 (일본 만화영화)‘은하철도999’에 나오는 기계 몸을 장착하고 앉아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아마 184번째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저는 지금도 ‘이상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계속 기억되고 싶어요.”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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