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트럼프 취임 후 미국보다 더 올랐다

스톡스600지수 트럼프 취임 이후 5.2% 상승

“우크라이나 종전·금리인하 기대감 작용”

지난 2016년 4월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본부 밖에서 유럽연합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 간 유럽 증시 주가가 미국 주가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취임 첫날부터 유럽에 대한 관세를 때리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마지막 증시 개장일인 지난달 17일 이후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은 한 달 만에 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2.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1.7% 상승한 것에 비해 더 많이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과 달리 유럽연합(EU)에 즉각적인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최악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고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전망도 유럽의 깜짝 주가 상승에 일조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9일 유럽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으며,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주식시장보다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 증시는 최근 몇 년 간 대형 기술주 중심 강세장을 펼쳐온 미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무역 전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증시는 사상 최대 폭으로 미국에 뒤쳐졌다.

그러나 최근 증시 흐름은 반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다니엘 모리스 전략가는 “올해 초만 해도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은 ‘비중 확대’가 아니었다”면서 “이번 강세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럽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초부터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유럽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주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응답자들의 비율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정부 지출 증가 전망에 힘입어 유럽연합(EU) 방산주, 금융, 패션 업계의 주가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주가는 지난 19일 0.43% 오른 932.80유로에 마감했다. 프랑스의 사프란, 탈레스, 영국의 BAE 시스템스, 롤스로이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SpA, 스페인의 인드라 시스테마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에르메스는 20일까지 각각 8.73%, 18.34% 올랐다

유로화 역시 지난 한 달 동안 달러 대비 2.2% 상승했다.

분석가들은 이 같은 유럽 증시의 예상 외 강세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앤드루 피스 최고 투자 전략가는 “유럽의 경우 지금까지 무역 전쟁의 위협이 실제 영향보다 더 컸다”면서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지난 1년간 은행 대출 증가세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라고 지적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즉각적인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다고 짚었다. EU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주요 표적이 됐지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발효되진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이 발표한 관세가 협상을 통해 완화되지 않고 단순히 지연된다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럽의 증시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 중국산 제품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한 이후, 유럽산 수입품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제약, 반도체 부문에 25%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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