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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하기만 한다면 우크라이나를 모두 차지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배제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솔직히 말해 젤렌스키가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3년 동안 회의에 참석해왔지만, 지금까지 전쟁을 끝내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젤렌스키가 ‘오 나는 회의에 초대받지 못했어’라고 말했을 때 그가 지금까지 협상에서 매우 못했기 때문에 그건(젤렌스키의 협상 참여)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그가 협상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그는 아무런 (협상) 카드가 없다”라고도 비판했다.
이러한 언급은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배제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내가 ‘이건 러시아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가짜 뉴스에 시달리곤 한다”며 “나는 그 사람(러시아)들이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젤렌스키가 잘못된 말을 하고, 바이든이 잘못된 말을 했다”며 전쟁을 막지못한 책임을 젤렌스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원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전부 집어삼킬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푸틴)는 협상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원한다면 그는 나라(우크라이나) 전체를 삼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젤린스키 대통령이 종전 협상이 작동토록 노력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도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 배제 불만이나 미국이 제안한 희토류 등 광물 개발 협정 거부로 인한 두 정상 간의 경색된 관계에도 “젤렌스키의 전화를 여전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맞아 러시아를 규탄하기 위한 유엔 결의안에 이름을 올리는 대신 별도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침공’(aggression) 대신 양국의 ‘분쟁’(conflict)으로 기술됐다.
결의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를 애도하고 유엔의 주요 목적은 국제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며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분쟁의 신속한 종식을 바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지속적인 평화를 촉구한다고 돼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작성한 결의안 초안에 ‘침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로이터는 EU가 마련한 유엔 결의안의 문구도 올해는 이전보다 다소 수위가 낮아졌다고 짚었다. 전쟁 발발 직후 채택된 유엔 결의안은 ‘러시아 연방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올해는 러시아의 적대적 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우크라이나 평화 달성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다소 완화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결의안 초안에 대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좋은 움직임”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유엔은 오는 24일 총회를 열고 EU가 마련한 결의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이 별도로 마련한 결의안에 대한 표결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 성명에도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표현을 넣는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