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빌라에서 사람 구했는데 “현관문 수리비 물어내라”…기부 문의도 잇따라, 결국

광주 빌라 화재. [광주 북부소방서]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소방관들이 불이 난 빌라에서 인명 수색을 위해 잠긴 현관문을 강제로 열었다가 현관문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배상 책임이 있는 주민이 사망하자 빌라 주민들이 “소방서가 현관문 수리 비용을 물어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에 수리비를 기부하겠다는 문의가 해당 소방서에 잇따랐지만, 수리비는 광주시 조례에 따라 손실보상 예산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24일 광주 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달 11일 오전 2시52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의 한 빌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2층에 살던 30대 주민 1명이 숨졌다.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집 주민이다. 이 빌라는 4층 규모로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당시 소방관들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는 6가구는 잠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 내부를 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현관문과 도어록(잠금장치) 등이 파손됐다.

소방관들은 빌라에 살던 주민 7명을 구조했다. 2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사고가 난 뒤 현관문이 파손된 6가구 주민들은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작업을 한 광주 북부소방서에 “세대당 130만원씩, 총 수리비 800만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했다.

통상 불이 난 세대 집주인이 화재보험을 통해 배상하게 돼 있는데, 당사자가 숨졌고 다른 세대주도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였기때문이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아파트나 빌라에서 불이 나면 보통 불을 낸 가구에 배상 책임이 있지만 불이 처음 발생한 가구 주민은 사망했고 화재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한 6가구도 별도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북부소방서는 소방서가 가입한 행정배상 책임보험으로 현관문 수리 비용을 처리할 수 있는지 따져봤다.

그 결과, 보험회사 측은 ‘인명수색 중 현관문이 파손됐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급 기관인 광주소방본부는 화재 진압과 구조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비해 예산을 세워두고 있지만 올해 예산은 1000만원에 불과해, 난감한 상황이다.

그러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불에 뛰어드는 소방관이 보상 걱정까지 해서는 안된다”며 “주민의 불가피한 피해도 마찬가지다. 행정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험제도와 손실보상 예산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불이 난 빌라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한 소방관들이 문 수리비를 물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소방서에는 후원 문의가 잇따랐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지난 24일 오후 6시까지 ‘소방관들이 내야 할 보상금을 대신 내고 싶다’는 문의가 15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방서는 모든 후원을 정중히 거절했다.

소방서 측은 “해당 보상금은 시 조례에 따라 손실보상 예산으로 지급된다”며 “소방관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만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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