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4년간 5000억 투자…역대 최대 규모”
WSJ 자체 분석 결과 약 5050억달러 계획에
AI 합작회사 ‘스타게이트’ 이어 보여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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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왼쪽)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달러(약 714조원)가 투입되는 애플의 투자계획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투자’일뿐 기존 내용을 그대로 따왔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 결과, 애플이 2028년까지 4년간 북미 지역에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약 5050억 달러다. 이날 발표한 투자계획과는 상관없이 기존 계획대로 이행할 경우 4년간 50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는 이번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기존 계획을 대대적인 투자로 바꿔 발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투자 계획은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이후 나왔다. WSJ은 “대부분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미국 기업은 국내 정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표 이후 트루스소셜에 “쿡 CEO와 애플에게 감사하다”고 올렸다고 전했다.
현재 애플은 자사 제품 대부분을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중국 당국이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는 등 무역 분쟁의 중간에 끼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5000억달러를 그대로 투자할지도 의문이다. WSJ은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애플의 투자 발표가 훨씬 덜 극적인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UBS 분석가 데이비드 보그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에 끝난 회계연도에서 애플은 95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는 회사 영업 현금의 약 80%를 차지했다고 언급했다. 현금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이 이미 사용했다는 것이다.
보그트는 이어 “따라서 애플이 대차대조표의 부채 비율을 상당히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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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가 새겨진 건물 [로이터] |
애플 주가 상승률은 지난 12개월 36%로, 이는 인공지능(AI)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등 4개 대형 기술 기업의 평균 상승률 21%를 웃돈다.
WSJ은 “아이폰 사업이 성숙해 이제는 간헐적으로만 성장하는 상황에서 애플은 막대한 비용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한편 WSJ의 전망치는 기존 사업계획서를 발판으로 조사됐다. 애플은 지난 4년간 총 운영 비용과 자본 지출에 약 1조1000억 달러를 썼다. 향후 4년 동안은 약 1조3000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지역별로 지출 규모를 분류하지 않지만, 매출의 약 43%가 북미와 남미를 포함하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출 규모와 매출이 비례한다면 애플의 향후 4년간 글로벌 지출의 약 40%는 약 5050억달러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 취임 후 ‘보여주기식 투자’ 논란이 생긴 기업은 애플뿐만 아니다. 앞서 5000억 달러(약 725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대한 자금조달도 논란 대상이었다. 블룸버그통신과 WSJ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발표는 기존에 오픈AI가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체결한 계약 및 파트너십의 연장선상이다. 또한 스타게이트에 포함될 데이터센터 중 일부는 이미 건설 중이다.
스타게이트에는 즉시 1000억 달러가 투입되고, 향후 4년간 최소 5000억 달러가 투입된다고 알려졌지만 어디서 끌어올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