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전쟁난 줄 알았다” 폭탄 터졌는데 재난문자는 없었다 [취재메타]

폭탄 오발에도 행안부·포천시·경기도청 재난문자 한 건도 안 보내
주민들 “전쟁난 줄 알았다” “이장 통해 상황 알아”
전문가들 “긴급사안 중 긴급…대처 안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6일 오전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이 낙하한 폭탄이 민가에 떨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의 한 주택이 낙탄으로 인해 파손되어 있다. 포천=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표적지 좌표 입력 실수로 경기도 포천 이동면 일대 군부대와 민가에 폭탄 8발을 잘못 투하해 민간인 등 15명을 다치게 한 초유의 오폭 사고가 일어났다. 일대 민가는 지붕이 폭삭 주저앉는 듯 피해 규모가 상당했지만 사고 직후와 주민대피령을 내린 이후에도 재난문자가 한 건도 발송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포천에 오발된 폭탄이 떨어진 지난 6일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관련 사고 관련 재난문자는 단 한건도 발송되지 않았다. [행안부 국민재난안전포털]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지난 6일 지자체에서 발송한 재난문자는 6건으로, 그 중 이번 사건의 관할 지자체인 포천시청이나 경기도청에서 폭탄 오발과 관련해 보낸 문자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 노곡리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했다. 폭탄이 투하된 지점으로부터 약 4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동환(92) 씨는 “‘꽝’ 소리가 나면서 천지가 뒤집혀서 전쟁난 줄 알았다”며 “경찰차랑 소방차가 오는 걸 보고 전쟁이 아니구나. 뭔 일 났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노곡리 노인회 총무인 김종문(66) 홀리씨드버스킹교회 목사는 “평소와 다르게 비행기 소리가 아주 근접하게 났다”며 “그러더니 바로 ‘빠바바바바바방’ 소리가 들리더니 일대가 초토화 됐다”고 했다. 김 목사는 “재난문자는 받은 적 없고 마을 이장이 ‘피해가 있으면 자기한테 신고를 하라’고 상황을 설명해준 것이 전부였다. 나중에 상황을 보니 전쟁은 아니고 오발이든지 다른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재난문자방송 시스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재난문자가 한 건도 발송되지 않은 데 대해 “북한이 침투하는 등 위급(민방공)일 경우 당연히 문자를 보내지만, 이번처럼 군 작전 훈련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문자발송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난문자방송 발송 기준에는 호우·산사태 등 자연재해와 공습경보·핵경보 등 민방공에 대해선 보낼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이번 사고와 같은 사안은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번 사고의 경우 공군이 사고 대책 위원회를 꾸리는 등 국방부 소관으로 볼 수 있는데, 현행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국방부는 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지난 1월에서야 재난안전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져 오늘(7일)에서야 국방부도 재난문자방송 사용기관으로 추가 지정됐다.

6일 오전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이 낙하한 폭탄이 민가에 떨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의 사고지점 인근 주택이 낙탄으로 인해 파손되어 있다. 포천=임세준 기자


다만 폭탄 오발로 인해 주민대피령까지 내려진 상황이라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 재난문자를 보낼 순 있다. 이에 포천시청 관계자는 “폭발이 일어난 직후 폭발물이라고 보고받지 못하는 등 상황파악이 안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재난문자를 보낼 수 없었다”며 “이후에는 경찰과 소방이 출동해 주민들을 폭발 범위 밖으로 대피시킨 상황이었고 재난문자를 보낼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보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관할 부처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지적한다.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인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 관계 부처들이 재난문자도 보내지 않는 등 안일한 대응에 놀랐다”며 “재난문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보내는 건데, 지자체에서 보내지 않았다면 행정안전부에서라도 보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반에 상황 파악이 안 돼 재난문자를 보내지 못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일본의 경우 초반에 재난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안전을 위해 즉각 문자를 보낸다는 것이 류 교수의 설명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또한 “폭탄이 잘못 터진 사고는 긴급사안 중에 긴급사안”이라며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추가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파악된 정보라도 빠르게 재난문자를 보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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