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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재정적 후원자가 되면서 테슬라 주가는 선거일 직후 91% 급등해 크리스마스 직전 정점을 찍었다. 테슬라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머스크 CEO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의회에서 이미 승인한 지출을 대폭 삭감하거나 수천 명의 연방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기대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테슬라는 6일(현지시간) 기준 주가가 5.61% 떨어지면서 7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최고치(499.86달러) 대비 45% 수준이며, 선거 이후 상승분의 96%를 반납했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 그리고 머스크가 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이후 테슬라의 주가는 전체적으로 38% 하락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가 보다 전통적인 ‘배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적극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책을 직접 추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테슬라뿐 아니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엑스(X·옛 트위터) 등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에 그의 주요 관심사는 정부 운영이 아닌 비즈니스에 있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일으킨 반감으로 미국 밖에서도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월 유럽의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체적으로 34% 증가한 반면, 테슬라의 판매량은 50% 급감했다.
중국의 지난달 테슬라 생산량은 거의 50% 줄었다. 이는 머스크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결과라기보단 비야디(BYD), 샤오미 등 현지 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테슬라 주식에 비판적인 고든 존슨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테슬라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중국에서의 매출 감소는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이지만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는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머스크가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올해가 마침내 테슬라의 주가가 폭락하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낙관적인 투자자마저도 이미 머스크가 올해 테슬라의 성장 목표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투자자들은 올해 테슬라의 차량 인도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수정하고 있다”며 “3~4개월 전만 해도 머스크는 2025년 차량 인도량이 20~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달에는 그 목표를 전혀 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그 목표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 하락의 약 75%가 머스크의 정치 행보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먼스터는 보고 있다. 그는 “선거 당시만 해도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될지 불확실했다”며 “일부 사람들은 정부효율부 자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테슬라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트럼프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고 했다. 먼스터는 이어 “이로 인해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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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슬라 충전소의 방화 추정 화재 보도한 스카이뉴스 [스카이뉴스(Sky News) 엑스 게시물 캡처] |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테슬라와 관련된 방화 또는 방화 시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의 리틀턴 경찰국에 따르면 대형 쇼핑센터 부지에 있는 테슬라 충전소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국이 출동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콜로라도주 지방검찰청이 덴버 북쪽 러브랜드의 테슬라 딜러십 매장에 방화를 시도하고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42세 여성을 붙잡았다.
지난 주말 프랑스 남부의 한 주차장에서는 테슬라 차량 여러 대가 방화로 전소했다. 프랑스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달 테슬라 자동차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26%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서는 테슬라 차량을 매각하고 엑스에서 탈퇴하라는 캠페인이 시작됐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테슬라 CEO, 유럽연합(EU)에서 손 떼라”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배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