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잠실역 3번 출구에서 소원을 말하라고?!”…‘알라딘’의 성공은 철저한 ‘현지화’ [백스테이지]

브로드웨이 스테디셀러 ‘알라딘’ 韓 초연
한국적 정서 내재한 ‘초월 번역’으로 인기
말맛 살린 가사·현실 빗댄 골계미도 매력



뮤지컬 ‘알라딘’ [클립서비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램프의 요정’ 지니인지, 아그라바의 상인인 척 ‘분신술’을 쓴 지니인지, 굳이 ‘정체’를 모호하게 설정한 ‘그’의 등장. 평생을 걸쳐도 닳지 않을 휘황찬란한 금은보화로 치장한 지니가 ‘양은 주전자’를 들고 말한다. 다소 얌체 같아 보이는 수염도 붙였다.

“안녕, 친구들! 어서와. 여긴 전설의 아그라바야. 미안, 이건 내 텀블러야 (중략) 지금부턴 우린 이 요술 램프의 고향인 아그라바를 둘러볼 거야. 꽉 잡아 이제 들어갑니다.” (‘알라딘’ 첫 장면 지니의 대사 중)

이를 어쩌나. 본격적인 시작도 전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일종의 ‘워밍업’이자, ‘방향성 제시’였다. 요술램프라고 설정된 양은 주전자를 들고, 그것을 ‘텀블러’라고 우기며 ‘가스라이팅’하는 요정 지니의 뻔뻔함에 관객은 야무지게 꼬았던 팔짱을 풀고 시원하게 웃는다. 뮤지컬 ‘알라딘’의 객석 풍경이다. 완전한 ‘노림수’였다. ‘의도’는 보기 좋게 먹혔다.

‘알라딘’의 한국 초연작을 번역한 김수빈은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할 장면을 고심하며 ‘지니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행위를 작품 내내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구간”이라고 귀띔했다.

재치 있게 비틀어 한국인의 일상을 폭 담가버린 지니의 등장엔 ‘웃음의 법칙’이 쓰였다. ‘양은 주전자’를 램프라 하는 것도 기막힌데, 그것을 텀블러로 설정하는 대목에서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물건을 통한 로컬라이징, 그리고 실제와 설정 사이의 괴리를 웃음 포인트로 두고 관객을 정신없게 만들며 일종의 해방감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 김수빈 번역가의 설명이다.

뮤지컬 ‘알라딘’ [클립서비스 제공]


시작부터 친절히 일러주는 이 장면은 뮤지컬 ‘알라딘’이 나아갈 길을 함축해 보여준다. 이 무대는 우리를 신비의 세계로 이끄는 대모험 판타지 로맨스일 뿐만 아니라 ‘재밌는 뮤지컬’이라는 점, 지니는 ‘그냥 요정’이 아니라 ‘웃기고 엉뚱하고 뻔뻔한 요정’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 브로드웨이 히트작 ‘알라딘’(6월 22일까지, 샤롯데시어터)이 한국에서도 일을 내고 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진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알라딘’은 지난해 티켓 예매액 1위에 올랐다. 1차 티켓을 오픈한 9월 당시엔 대기 인원이 6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탄탄한 IP(지적재산권)를 바탕으로 태어난 ‘알라딘’은 사실 소문난 잔치다. 볼거리도, 들을 거리도 많다. 황금빛 아그라바의 왕국 곳곳에 이국적인 정취가 녹아든다. 알라딘과 자스민이 만나는 중동의 시장, 한없이 펼쳐진 사막, 지니가 머무는 신비의 동굴까지…. 황홀하기 그지없는 무대에 눈이 즐겁다.

심지어 세 주인공을 비롯해 배우들의 의상을 만든 원단은 현지에서 공수해 사실감을 줬다.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주옥같은 명곡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현란한 군무까지 이어진다.

화려하게 치장한 외피가 ‘빈 수레’로 남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대본의 힘이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의 구축,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되 치밀한 현지화로 되살린 ‘말맛’이 깊이 스미면서 ‘번역의 기적’이 뮤지컬 알라딘에 ‘강림’했다.

뮤지컬 ‘알라딘’ [클립서비스 제공]


‘아는 맛’도 살렸다…쉽고 친절한 방향성, 출발부터 달랐다


‘알라딘’은 소위 말하는 글로벌 대작이다. 한국에선 뒤늦게 첫선을 보였지만, 브로드웨이에선 2014년 개막 이래 전 세계 4대륙, 11개 프로덕션에서 만들어지며 약 2100명의 관객과 만났다. 1992년 세상에 나온 원작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기 작품이다. 실사 영화로도 개봉, 2019년 한국에서만 1000만 관객이 들었다.

글로벌 히트작, 게다가 초연작을 우리만의 언어로 되살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원작의 정서와 묘미를 살리되, 이질감 없는 번역이 완성돼야 작품의 의도가 오해 없이 전달될 수 있어서다.

김수빈 번역가는 “‘아는 맛’을 번역할 때 제일 난이도가 높다. 모두가 알고 있기에 비교 대상이 많고, 그만큼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보게 된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사실 업계에서 디즈니 원작 뮤지컬의 번역은 까다롭고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원작의 오리지널리티’ 보존을 위해 제작사에서 번역의 방향을 꼼꼼히 살피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의 ‘알라딘’이 조금 달랐던 것은 이미 전 세계를 무대로 투어 여행을 해온 작품이라 제작사에서도 현지 제작진의 의견을 존중해준 덕이다. 지금까지 100여편의 뮤지컬을 번역한 김수빈은 “그동안 해온 작품 중 가장 유기적으로 작업했고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놀 수 있었던 작업”이라고 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으로 치면 30여년, 뮤지컬로 치면 10년 전 세상에 나온 작품이 2025년 대한민국에서 ‘동시대 메시지’를 전달하고, 쉴 새 없이 ‘웃음 폭격’을 안길 수 있었던 것은 소위 ‘초월 번역’으로 일컫는 현지화에 있었다.

뮤지컬 ‘알라딘’ [클립서비스 제공]


‘알라딘’의 첫 한국 무대를 위해 김수빈 번역가와 연출부는 크게 두 개의 줄기를 잡고 해부 작업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인물을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의식을 관객에게 던지는 것이었다. 일종의 ‘낚시 요법’이다. 세 주인공 알라딘, 재스민, 지니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무엇’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떠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확실한 방향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알라딘’의 출발을 열며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지니의 역할이 중요했던 이유다.

김 번역가는 “지니는 관객에게 우리의 공연이 이럴 거라는 세팅을 해주는 캐릭터”라며 “안내자이자 MC, 내레이터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때의 ‘톤앤매너’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리곤 단 두 줄의 대사로 작품의 메시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원작에선 굳이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다.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대모험, 자, 그대들은 무엇을 찾아 이 머나먼 곳까지 오셨나. 사랑? 성공? 자유? 아니면 그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는 위대한 마법?” (지니의 대사 중)

쉽고 편안한 언어로 술술 풀어가는 디즈니의 ‘대중적 작법’을 따르되, “우린 이런 이야기를 할 거라며 은근한 마사지를 해주는 방식”이라는 것이 김 번역가의 귀띔이다.

동선까지 바꾼 캐릭터라이징…‘티 안나게 예뻐지기’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추구미는 ‘꾸안꾸’(꾸민듯 안 꾸민듯)였다. ‘한듯 안 한듯’, ‘티 안 내고 예뻐지기’의 방식이다. ‘꾸안꾸’ 법칙은 번역의 세계에도 필수다. 김 번역가는 “겉으로 봤을 때 잘 보이는 것은 센 대사지만 ‘디즈니스러운’ 이야기 안에서 약속해야 하는 장치들이 은밀한 곳에 들어가기에 ‘보이지 않게’ 예뻐질 수 있는 일종의 ‘쁘띠 성형’과 같은 시술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세 주인공이 공유하는 갈망은 ‘자유’다. 거리에서 나고 자라 장난처럼 무언가를 훔쳐 먹는 알라딘도, 권위주의 왕국에서 태어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공주 재스민도, 세상의 모든 소원을 들어줄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소원은 이루지 못하는 지니도 자유를 원한다. 작품의 개막과 맞물려 찾아온 비상계엄,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해 ‘자유’를 향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한국의 ‘알라딘’은 ‘자유’라는 대주제 아래 저마다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라이징이라는 세밀한 붓 터치로 태어난 작품이다.

김수빈 번역가는 “우리나라 관객들은 굉장히 서사에 강해 이 작품이 내게 어떤 이야기를 주는지 늘 기대를 품는다”며 “번역을 할 땐 결국 작품의 본질과 그 안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물들의 캐릭터라이징이 중요해진다. 없던 대사가 더해지고, 기존의 대사와 동선까지 바꿔가며 대본을 매만진 것도 선명한 캐릭터라이징을 위해서였다.

뮤지컬 ‘알라딘’ 재스민 [클립서비스 제공]


① “제 삶은 제가 가장 잘 돌볼 수 있어요”…재스민 살리기

그리 큰 비중이 아닌 재스민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 김수빈 번역가는 대본 곳곳에 ’재스민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장면 장면마다 한 마디의 대사를 더해 ‘재스민의 캐릭터에 살을 붙이는 방식’이다.

시장에서 처음 만난 알라딘의 집에 갔을 때의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자신만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알라딘이 “우리 룸메이트 지나간다”는 대사에 “어? 쥐다, 안녕?”이라는 대사 한 줄을 붙여 쥐를 처음 봤을 재스민의 성장 환경과 해맑은 성격을 보여줬다. 없던 대사가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동선까지 달라진 것이 브로드웨이 원작과의 차별점이다.

재스민이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것은 ‘시대의 권위에 맞서는 여성으로서 주체성’이다. 이슬람 제국의 ‘최고 존엄’ 술탄의 딸인 재스민은 시대가 규정한 ‘전통과 법도’가 지배하는 삶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저항하는 ‘자유’를 갈망한다. 번역 과정에선 시대의 한계를 딛고 술탄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춘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대사 한 줄 한 줄에 위엄과 당당한 대사를 부여했다.

아버지인 술탄과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술탄이 “공주는 절대 술탄이 될 수 없어! 그게 수백 년 동안 지켜온 우리의 전통과 법도야. 난 네 아비고, 딸은 아비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자 재스민은 “전 아그라바의 공주로서, 술탄이 틀렸을 땐,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받아친다. “전 어린애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원작에 비해 술탄에게 ‘온당하고 마땅한’ 이야기를 하는 공주의 당당한 면모를 보여준다. 한국 무대를 위해 특별히 매만진 부분이다.

김 번역가는 “‘애가 아니라고 말하면 마치 찡찡대는 것처럼 보였기에 짧은 시간 안에 강단있고 권위를 갖추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보여줄 수 있는 긍정적인 공주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알라딘’ [클립서비스 제공]


② 노랫말로 매만진 ‘성장캐’ 알라딘

알라딘은 가난하지만 선하고 밝은 사람이다. 다만 행실은 보기에 따라 물음표가 따른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장에서 음식을 훔치는데 죄책감이 없어 보이는 사고뭉치이기도 하다. 제작진이 주인공 알라딘 설계에 고심한 것도 알라딘 캐릭터에 대한 일관된 해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수빈 번역가의 ‘한 수’는 노랫말의 조형이었다. 도둑질이라는 행위에 대한 정당성이나 옹호를 지우고, 알라딘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해를 통해 관객을 설득하고자 했다.

알라딘이 시장에서 빵을 훔치고 난 뒤, “야, 먹는 건 (도둑질에) 치지 마. 밥은 먹고 살아야지”라고 하는 대사를 “야, 좀 봐줘라, 내가 배고파서 그랬나 봐”라고 바꿨다. 관객들에게 ‘배고파서 어쩔 수 없이 손을 댔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김 번역가는 “작품에 대한 아주 작은 의심과 깨알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생기는 순간, (관객은) 캐릭터에 대해 마음을 붙이지 못한다”며 “‘했다 치고’, ‘그렇다 치고’라고 생각하게 되는 기시감을 털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알라딘의 넘버 ‘자랑스러운 아들(Proud of your boy)’에선 그의 성장 서사와 삶에 대한 의지를 밀도 높게 조율해 들려준다.

“가진 건 몸뚱이 하나, 뭐 어때, 부딪쳐볼게, 어떻게든 보여줄 거야,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될 거야, 거기서 자랑스러운 나를 지켜봐 줘”라는 가사다. 쫀쫀한 박자를 타고 간결하면서도 압축적으로 알라딘의 의지를 담았다. 이 과정에서 “자음과 모음의 길이, 발음, 음표에 잘 붙어 음률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가사”를 고심했다.

애초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는 다짐 같은 원곡에선 끊임없이 엄마를 외친다. 하지만 한국 무대에선 “알라딘의 주체성을 살리기 위해” ‘엄마’라는 단어를 한 번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달라진 노랫말엔 알라딘이 ‘진정한 나’로 사랑하고 살아가는 자유와 다짐을 담았다. 영어로 했을 때는 주체성이나 의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정서에는 와닿지 않을 수 있어서다. ‘언어의 차이’가 가져온 ‘취사선택’과 ‘확장’의 과정이다.

뮤지컬 ‘알라딘’ [클립서비스 제공]


③ 지니의 원맨쇼를 위한 판 깔기

“놀라운 파워, 이게 와따야, 요걸로 총알 한 번 채워봐.” (지니의 넘버 ‘나 같은 친구(프렌드 라이크 미)’ 중)

뮤지컬 속 지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같다. 그는 안내자처럼 뮤지컬에 등장해 원맨쇼를 보여주며 관객의 혼을 홀딱 빼놓는다.

영화에선 2분밖에 되지 않는 ‘나 같은 친구’는 뮤지컬에선 장장 8분 분량으로 늘었다. 미국에서 높은 인기였던 오락 목적의 쇼인 ‘보더빌’에서 탄생한 지니 캐릭터가 춤, 노래, 마술까지 보여주는 장면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 엄청난 넘버는 리듬감과 말맛이 넘쳐난다. “액센트를 잡듯 연기할 수 있는 가사를 한 조각 한 조각 모아 배우들이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청각이 즐거운 단어들을 배치했다. 파열음과 파찰음을 두루두루 사용해 유쾌한 정서를 더한 것도 의도된 번역이었다. “더 적은 음절 수 안에서 표현해야 할 때는 압축된 의성어, 의태어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뮤지컬 ‘알라딘’ [클립서비스 제공]


이 과정은 배우가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작업’이었다. 언어의 기교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마디마디마다 포인트를 찍어가며 연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번역가는 “깨알 재미를 1000개를 모아 만든 곡이 ‘나같은 친구’”라며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엄청난 모자이크 작업”이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금은보화를 가지고 있지만, 작은 램프에 갇혀 자유를 갈망하는 지니의 애환을 보여주는 대사들은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킥’이다. “상자 속의 상남자”라며 스스로를 일컫고 “갇혀 있는 동안 삼겹살과 라면을 먹다” 살이 쪘다는 지니에게선 해학과 풍자의 골계미까지 만난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확 찐 자’로의 경험을 공유한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웃음 포인트가 된다.

지니의 대사 한 줄 한 줄엔 ‘완전한 현지화’ 과정을 거친 ‘한국만의 정서’를 입혔다. 샤롯데시어터가 위치한 ‘잠실역 3번 출구’에서 지니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대목은 압권이다. 남녀노소 모든 관객이 소외되지 않고 웃고 즐길 수 있도록 온갖 아이디어가 총동원돼 한 문장 한 문장으로 거듭났다. “중동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반려낙타 분양권”, “‘부의 상징’ 시그니엘 타워과 롯데월드” 주겠다는 대목은 치밀하게 설계된 ‘웃음의 지도’다.

김 번역가는 “이 작품 안에서만 꿈꿔볼 수 있는 순간적인 위트를 주면서 어른과 아이들에게 각각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며 “이 공연의 경험이 누군가의 하룻밤에 값진 경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미시적인 것부터 거시적인 것까지, 마이크로와 매크로를 오가며 조물조물 조소를 해나가는 과정이 ‘알라딘’의 번역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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