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기 침체도 불사” 美 M7시총 1129조 증발

부메랑 된 트럼프 관세 전쟁 여파
美증시 2년6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

테슬라도 4년6개월만에 15.4% 폭락
공포지수 VIX 장중 29.56까지 올라
코스피도 2.02% 내린 2510대 출발



주변국을 겨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칼 끝이 결국 자국 시장을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 미국 증시는 2년 6개월만에 가장 큰 규모의 폭락을 맞이하자 글로벌 시장에서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3·4면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890.01포인트(-2.08%) 급락한 4만1911.7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55.64포인트(-2.70%) 내린 5614.56에, 나스닥종합지수는 727.90포인트(-4.0%) 폭락한 1만7468.33에 장을 마감했다. 뉴욕 증시는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겪었다.

뉴욕증시를 이끌었던 7개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 7(M7)’의 시가총액은 하루새 7740억 달러(1129조원) 증발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엔비디아 주가는 5.07% 떨어진 106.98달러에 마감했다. TSMC의 2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3% 증가하는 등 AI 제품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소식도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종가 기준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11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해 9월 10일(108.08달러) 이후 6개월 만이다.

테슬라 주가는 15.4% 폭락하며 4년 6개월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날 하루 낙폭은 2020년 9월 8일 21.06% 이후 최대치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테슬라 주가에 대해 매도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가를 259달러에서 225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 주가도 각각 4.41%와 4.42% 하락했다. 시총도 각각 860억달러와 700억달러가 줄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주가는 각각 3.34%와 2.36% 하락하며 주가를 방어했다. 다만,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해 지난 6일 출시한 마누스(Manus)가 주목을 받으면서 딥시크(DeepSeek)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 불안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의 영향이 크다. 그는 9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관세 부과 정책 등에는)과도기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성과를 내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답했다.

인터뷰 이후 미국 시장 전반에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낙폭을 키웠다.

시장의 불안감은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 급등으로 이어졌다. VIX는 전 거래일보다 4.49포인트 오른 27.86으로 상승했다. 장중 한 때 29.56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패닉 셀링’은 글로벌 증시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11일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 부진으로 인해 흔들렸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증시 급락 충격에 2510대에서 하락 출발했다. 오전 9시 2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02포인트(2.02%) 내린 2518.37을 나타냈다.

개인과 기관 각각 423억원, 176억원을 매도하는 가운데 외국인이 659억원을 사들이며 하락세를 방어하고 있다.

시장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70원 오른 145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미국 바깥 시장을 선호하는 데에는 다양한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가진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이라며 “불확실한 정책 환경이 경기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반면, 미국 이외의 나라들은 미국의 통상 압력에 직면하면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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