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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한 민병갈 선생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수목원인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의 역사가 담긴 기록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
18일 국가유산청은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나 1945년 광복 직후 미 군정청 해군장교로 한국에 건너와 정착한 ‘귀화 미국인 1호’인 민병갈(1921~2002·영어 이름 Carl Ferris Miller)이 설립한 우리나라 첫 민간수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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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일지(1975년 5월) [국가유산청] |
이번에 등록 예고된 기록물은 당시 그가 작성한 토지매입증서, 업무일지, 식물채집·번식·관리일지, 해외교류서신, 개인서신 등이다. 천리포 수목원의 조성 과정과 상황 등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돼 있다. 국가유산청 측은 “식물학과 미기후 분야의 연구자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1962년 수목원을 조성하기 위해 최초로 매입한 9000㎡(2727평) 규모의 필지에 대한 토지매입증서에는 매매금액이 기재돼 있다. 업무일지에는 일자별 도입 식물 목록과 식재 위치도, 첫눈 등 기상상태가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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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채집일지(1975년) [국가유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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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류서신(1966년) [국가유산청] |
식물채집일지에는 채집한 식물의 학명·장소·목적 등이, 식물번식일지에는 파종 현황·식물상태·토양개량법 실험내용 등이 담겼다. 식물관리기록에는 묘판 식물의 생육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미국 농무부, 뉴욕식물원, 영국왕립원예협회, 국제수목학회 등과 수목원 업무 전반에 관해 주고받은 해외교류서신도 남아있다. 개인서신에는 1970년 민병갈 가옥(해송집)을 짓게 되었다는 소식 등을 전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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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어사 괘불도 [국가유산청] |
아울러 국가유산청은 ‘부산 범어사 괘불도 및 괘불함’과 ‘국가표준 도량형 유물(7합5작 가로긴 목제 되)’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부산 범어사 괘불도와 괘불함은 1905년에 금호약효 등 근대기를 대표하는 수화승들에 의해 제작된 대형 불화와 이를 보관하는 함이다. 괘불도는 10m가 넘는 대형 불화로 범어사의 큰 법회 시 야외에서 사용됐다. 전통불화 도상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음영기법을 적극 활용한 20세기 초의 시대적인 특성이 잘 드러나 있어 근대기 불화 연구에 이정표가 될 만한 작품이라는 게 국가유산청 측의 설명이다. 대웅전 뒤쪽의 벽 공간에 보관됐던 괘불함은 괘불도와 같은 금속 재질의 문양 장식이 있어 같은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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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표준 도량형 유물(7합5작 가로긴 목제 되) [국가유산청] |
함께 등록된 ‘국가표준 도량형 유물(7합5작 가로긴 목제 되)’은 1902년 평식원에서 제정한 도량형 규칙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1905년 농상공부 평식과의 도량형법에 따른 칠합오작(七合五勺·약 1350㎤에 해당하는 부피) 부피를 기준으로 하는 되다. 공인기관의 검정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평(平)’자 화인(火印, 쇠붙이로 만들어 불에 달구어 찍은 도장)이 확인돼 당시의 도량형 운영 체계와 근대기 도량형 및 생활사의 변천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