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세무서에 이겼는데…‘하나’ 상표 계열사 공짜 사용이 문제였다 [세상&]

하나은행 남대문세무서에 법인세 소송 승소
하나은행, 계열사들에 ‘하나’ 상표권 사용료 안 받아
세무당국 “상표권 사용료 받았어야…법인세 추가 납부하라”
법원 “사용료 받지 않은 것은 하나은행 잘못”
하지만…“세무당국 계산방법 객관·합리적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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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하나은행이 상표권과 관련된 3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세무당국의 상표권 사용료 계산 방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판결로 하나은행이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9부(부장 김국현)는 하나은행이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법인세 및 가산세 3억 3171만 10원의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1심 법원은 법인세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며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세무당국은 하나은행이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국내외 계열사들에 ‘하나’라는 상표를 사용하게 하면서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금액에 따라 정해지는데, 세무당국은 하나은행이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소득을 낮춰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켰다고 봤다.

남대문세무서는 2015년께 “하나은행이 2009년부터 계열사에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3억원대의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세무당국은 법인세를 다시 계산하며 계열사별 직전년도 순매출액에 0.2%를 곱한 금액을 하나은행의 상표권 수익으로 추정했다.

하나은행의 세무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상표권 사용료를 면제받을 만큼 상표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충분한 경제적 기여를 했다”며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은 경제적으로 합리성 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하나은행의 해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하나은행이 은행업을 영위하며 상표에 관한 신용을 형성했다”며 “계열사들은 해당 상표를 사용하며 하나은행이 만든 신용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누렸음에도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은행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이는 하나은행이 받아야 할 사용료에서 기여분을 차감할 필요가 있는 사정에 불과하다”며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은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세무당국의 상표권 사용료 계산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계산 방법이 잘못된 이상 일단 세금을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세무당국이 계산한 사용료율(계열사별 직전년도 순매출액의 0.2%)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겸비한 제3자가 상표권 사용과 관련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을 조사·검토해 도출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의 상표 사용료율에 관한 통계치에 근거한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 중엔 하나은행과 업종, 매출규모 등이 전혀 다른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업들과 하나은행의 상표 사용 및 관리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이 동일한지, 또는 유사한지에 관해 세무당국이 조사 및 검토를 했다고 볼 근거가 없는 이상 사용료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은 결론적으로 “세무당국이 계산한 상표 사용료율은 상표권 사용료의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법인세를 전부 취소했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2심이 열릴 예정이다. 세무당국 측에서 “1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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