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교육 정상화 시작 됐다” 판단
수업 참여 학생 극소수, 대부분 제적 위기
의대생 “‘신상 유포’ 두려워 투쟁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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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적 압박에 전국 의대생 97%가 돌아왔지만, 수업에 나오지 않아 유급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제적 압박에 전국 의대생 97%가 돌아왔지만, 수업에 나오지 않아 유급 위기에 처했다. 일부 강경파 의대생들의 ‘신상 유포’에 대한 두려움이 원인이다. 대학과 정부에서는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해 엄정 처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현재 분위기라면 당분간 의대 수업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가 공개한 ‘의과대학별 복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의대생 복귀율은 96.9%다. 인제대(24.2%), 연세대 미래캠퍼스(91.9%) 등 5개 학교를 제외한 35개 의대 학생은 전원이 올해 1학기 등록을 마친 상태다.
4일까지 등록 기한을 미룬 인제대만 아직 전원 복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인제대 학생들 복학 신청은 접수됐으나, 370명(74.6%)이 등록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 학생들을 ‘제적 예정자’로 집계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제적자는 2명이고 전체 의대생 복귀율은 96.9%로, 정부는 의대 교육 정상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각 의대 수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의학 교육계와 논의해 내년도 모집 인원 조정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대생들이 일단 ‘집단 제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록을 마쳤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극소수인 것으로 파악돼 ‘집단 유급’ 변수가 남아있다. 학생들의 복귀 시한 시점과 ‘출결 부족 유급’ 시기가 맞물려 있는 학교가 대다수 임에도 의대생들은 현재 등록 후 수업을 거부하거나, 새로 휴학계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등록 후 휴학계를 재차 제출하는 의대생들도 있다. 건양대, 연세대와 울산대는 의대생들이 우선 등록 후 새로 휴학계를 제출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이를 반려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대생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보도자료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5개 의대 재학생 6571명 중 실제 수업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 예정인 학생은 3.87%(254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각 의대 대의원(학생회장)과 긴밀하게 논의한 결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투쟁’으로 결정했다고도 공지했다.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협회의 방향성이 ‘투쟁’으로 수렴됐음을 알린다”며 “각 학교에서는 대의원의 안내를 잘 따라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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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의과대학으로 의대생들이 복귀한 가운데 1일 서울 시내 한 의대 강의실에서 교수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 |
다수 의대생은 ‘온라인 신상 유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지방권 의대생 A씨는 “수업에 듣고 싶지만 따돌림을 당할까봐 강제로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일부 후배들은 ‘수업에 참여한 선배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겠다’, ‘유급 당해도 괜찮다’라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수도권 의대생 B씨는 “등록했다고 해서 의대 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주에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급을 당하는데, 결국 이렇게 되면 올해 1학기도 수업 정상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40개 의대 총장 협의체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전날 서신을 통해 “학생 여러분이 정상적으로 수업에 복귀한다면, 의총협에서 결의한 바와 같이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며 수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의총협은 “여러분이 복학한 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러한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라며 “올해는 작년과 달리 학사유연화 조치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며, 등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학칙에 따라 유급이나 제적이 불가피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대학은 정당한 학업과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분할 것”이라며 “대학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을 철저히 보호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 지방권 의대 학장은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왔다가 낙인이 찍히고 신상이 돌까봐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라며 “신상 유포에 대한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들은 의대생 수업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분간 온·오프라인 강의 병행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는 다음 주까지 온라인 수업 위주, 연세대와 고려대는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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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운영하고 있는 의과대학 학생 보호와 신고센터 포스터. [독자제공] |
교육부는 대학별 수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의학교육계와 종합적으로 논의해 모집인원 조정 방향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복귀 의대생을 괴롭히는 사안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의대 수업 방해와 관련해 16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신고 센터 이용 방법을 다시 안내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